″``°☆시들의모음/◈가슴의― 詩(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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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의 시]우대식-아버지의 쌀**
아버지의 쌀 -우대식- 아버지가 쌀을 씻는다 쌀 속에 검은 쌀벌레 바구미가 떴다 어미 잃은 것들은 저렇듯 죽음에 가깝다 맑은 물에 몇 번이고 씻다 보면 쌀뜨물도 맑아진다 석유곤로 위에서 냄비가 부르르 부르르 떨고 나면 흰 쌀밥이 된다 아버지는 밥을 푼다 꾹꾹 눌러 도시락을 싼다 ..
2013.04.03 -
**[국제시단]김소해-봄입니다**
봄입니다 / 김소해 사월을 온통 덮은 복사꽃 환한 배꽃 메마른 가슴에도 꽃물에 신명 들어 발이야 걸음 닿는 대로 부르터도 좋겠다 목숨 있어 죄가 되는 먼지인가 싶다가도 등 대인 기슭마다 살아있어 고운 날 메나리 가락에 실린 마음 꺾어 넘는 봄입니다 사람살이 때를 씻어 흐드러진 ..
2013.04.01 -
**[국제시단]이상개-어떤 변신**
어떤 변신 / 이상개 초겨울 지리산 쌍계사행 버스를 탔다. 확장된 남해고속도로 새벽길을 내달려 부산에서 하동읍내까지 편하게 도착했다 섬진강변 벚꽃길 들어선지 얼마 후였다 이 산골 저 골짝 더듬더듬 더듬어 돌며 버스는 태평가를 부르며 느림보가 되었다 직행버스는 스스럼없이 ..
2013.03.27 -
**[가슴으로 시]윤후명-새우젓**
새우젓 / 윤후명 새우젓의 새우 두 눈알 까맣게 맑아 하이얀 몸통에 바알간 꼬리 옛 어느 하루 맑게 돋아나게 하네 달밤이면 흰 새우, 그믐밤이면 붉은 새우 그게 새우잡이라고 배운 안산 사리포구 멀리 맑게 보이네 세상의 어떤 눈알보다도 까매서 무색한 죽음 지금은 사라진 사리포구 ..
2013.03.21 -
**[국제시단]윤원영-흰 낙타 이야기**
흰 낙타 이야기 / 윤원영 사막에 흰 배 간다 길은 늘 가던 그 길 기꺼이 제 몸을 내어 그 목숨에 기대라고 단단한 옹이의 무릎 접기를 수만 번 가난한 아비들이 메마른 길 건너갈 때 아무도 반기지 않는 저녁은 바삐 와서 해어진 무릎을 꺾어 고단함을 묻었으니 선한 눈썹 사이 바라보면 시..
2013.03.18 -
**[국제시단]정 온-침이 고여**
침이 고여 / 정 온 잘 익은 사과 한 알 아삭, 소리가 츱, 츱, 넘어가네 내 머릿속의 사과를 먹으려 너는 오고 사과는 머릿속에서만 익어가네 사과를 깎는 네 눈빛 예리하게 파고들어 그만 속살을 보여주고 싶어 나는 조금 더 익은 척, 그 사이 너는 눈빛을 탁자 모서리에 갈지 껍질 속 영양..
2013.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