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가슴의― 詩(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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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단]배옥주-봄 성묘**
봄 성묘 / 배옥주 뻐꾸기 소리 산문을 여는 오후 배롱나무 밖으로 어머니 걸어나온다 연산홍 목침을 베고 누운 아버지 헛헛 헛기침을 일으키며 따라오고 상석床石 위에 올려둔 내 첫 시집 흰손이 팔랑팔랑 책장을 넘긴다 한 구절씩 앞서가는 물길따라 어머니가 읊조리는 봄볕이 돋보기 ..
2013.03.04 -
**[국제시단]박춘석-물의 지도**
물의 지도 / 박춘석 그가 저런 모습으로 늙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 스스로 그쪽 방향을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의보다는 타의에 의한 방향일 것이다. 그의 그녀는 의외로 곱다 아니 아직 젊다 그가 변형되고 꺾인 곳이 많은 것을 보아 그녀를 둘러싼 바깥으로만 살아온 듯하..
2013.02.23 -
**이채 -비처럼 그리움처럼 그대 내게로 흐르면**
비처럼 그리움처럼 그대 내게로 흐르면 / 이채 안개빛 흐린 물감이 그림처럼 엷게 뿌려진 창을 타고 내리는 저것은 빗물이고 흐르는 이것은 눈물입니다 천 방울의 그리움이 흐느끼며, 흐느끼며 비처럼 내리는데 누가 잊었다고 하는가 옛사랑의 그림자는 사라졌어도 젖은 바람으로 날아..
2013.02.17 -
**[국제시단]김명옥-수위조절**
수위조절 / 김명옥 -여기까지 부으면 돼 -아니야, 여기까지 -아니야, 이쯤은 되어야지 지하철 경로석 남자 어르신 세 분이 서로 손을 내밀고 밥물을 맞춘다 투박한 손가락 가운데 마디에서 손등 중심부분을 점찍더니 손목 가까이 찰랑찰랑 차오른다 몇 정거장이 지나도록 아궁이의 불을 ..
2013.02.16 -
[국제시단]이우걸-다리미
다리미 / 이우걸 한 여인이 떠났습니다, 월요일 자정 무렵 아들, 딸은 멀리 있었고 아무도 몰랐습니다 가끔은 들렀다지만 온기라곤 없었습니다. 식은 다리미처럼 차게 굳어 있었습니다 그 다리밀 데우기 위해 퍼져있던 코일들이 전원을 찾아 헤매다 지쳐 눈을 감았습니다 한때는 뜨거운 ..
2013.02.09 -
[국제시단]김 참-뾰죽산 민박
뾰죽산 민박 / 김 참 뾰죽산 아래 뾰죽산 민박 우주 아빠 덕만 씨는 고기 건지러 가고 우리는 좁은 길 따라 산책 간다 낮은 돌담집 화단 벽을 타고 겨울에도 푸르고 잎 두꺼운 식물이 찬바람 견디며 손 흔드는 바닷가 마을 밤낮없이 밀려오는 파도소리 들으며 우리는 동백나무처럼 잠이 든..
2013.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