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가슴의― 詩(414)
-
**[국제시단]김우태-정지비행**
정지비행 / 김우태 저것은 순리인가, 거역인가 하늘과 땅이 공모하여 인간에게 쏜 화살의 비의. 빙 빙 창공을 선회하다, 순간 날개를 편 채 그대로 멈춘 참매 한 마리. 과녁을 향해 한껏 당겨진 시위처럼 온 산 맥박이 일시에 멈춘다 숨은 쥐의 정수리가 뜨겁게 곤두선다. 중력을 타고 노는..
2013.04.16 -
**[국제시단]김혜영-해변을 걸어가는 맨발의 소녀**
해변을 걸어가는 맨발의 소녀 / 김혜영 연두빛으로 일렁이는 저 여린 바람은 어디서 왔을까 갓 물오른 소녀의 젖망울 거기에 난 털이 부끄러워 목욕탕 가기를 꺼리는 소년 첫 입맞춤에 두 뺨이 물들어 눈을 동그랗게 뜨는 처녀 햇살 아래 드러난 하얀 목에 보송보송 피어난 솜털 스냅사진..
2013.04.15 -
**[가슴의시]김민정-플로렌스 그리피스 조이너**
플로렌스 그리피스 조이너 -김민정- 초콜릿색 피부에 컬러풀한 경기복, 마른 미역단 같은 머리칼에 짙은 색조 화장, 길게 이어붙인 색색의 이미테이션 손톱으로 그녀는 관중들의 공통된 소실점이 되고 있었다. 탕 소리와 함께 총알처럼 폭발하는 그녀의 본능적인 스타트, 발산하고 발광..
2013.04.13 -
**오규원 - 한잎의 여자**
한잎의 여자 - 오규원 -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2013.04.10 -
**[가슴의 시]고영민-국립중앙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고영민- 허공에 매화가 왔다 그리고 산수유가 왔다 목련이 왔다 그것들은 어떤 표정도 없이 가만히 떠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고개를 쭈욱 빼고 내려다보았다 그저 말없이 내려다보기만 하다가 매화가 먼저 가고 목련이 가고 산수유가 갔다 --------------------------------------..
2013.04.08 -
**[국제시단]최정란-산 책**
산 책 / 최정란 저 모르시겠어요?, 언제 뒤를 쫓아왔는지 분홍모자 삐딱 눌러 쓴 벚나무가 말을 건다 턱에 수염 삐죽, 볼에 여드름 숭숭 가볍게 묶인 나비매듭의 끈이 바람축구화 위에서 팔랑거린다 우리 동네만 해도 삼백예순여섯 그루 온천천변에 천 그루 금정산에 만 그루 삼천 대천세..
2013.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