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1009)
-
**[가슴의 시]이병초-써레**
써 레 ◈이병초◈ 올여름은 일 없이 이곳 과수원집에 와서 꽁짜로 복송도 얻어먹고 물외순이나 집어주고 지낸다 아궁이 재를 퍼서 잿간에 갈 때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잿간 구석에 처박힌 이 빠진 써레에 눈길이 가곤 했다 듬성듬성 시연찮은 요 이빨들 가지고 논바닥을 평평하게 ..
2016.06.06 -
**[국제시단]박화남-불혹 혹은 봄밤**
불혹 혹은 봄밤 ◈박화남◈ 잠 못 드는 암고양이 어둠을 울려놓고 울음은 내 옆에서 꽃잎처럼 떨어집니다 날마다 숨 밖에 서서 리듬을 잃는 당신 박자와 박자 사이 별빛처럼 흔들릴 때 나도 모를 추임새로 마른침 삼킵니다 불룩한 세상의 불면 읽고 가는 새벽 달 ---------------------------------..
2016.06.06 -
**[국제시단]김민한-청산도(靑山島)**
Yesterday - Giovanni Marradi 청산도(靑山島) ◈김민한◈ 5월의 청산도에 열리는 바닷길 푸른 언덕 유채꽃은 한폭의 그림인데 서편제 신나는 가락 노을지어 곱구나. 장한철張漢喆 난파선難破船이 절벽 아래 주저앉아 하룻밤 녹여주던 오두막집 여인네는 기약도 가뭇없어라 돌아앉은 그 사랑. ---..
2016.06.06 -
**[가슴의 시}이상국-유월**
유 월 ◈이상국◈ 내가 아는 유월은 오월과 칠월 사이에 숨어 지내는데 사람들은 잘 모르고 그냥 지나간다. 유월에는 보라색 칡꽃이 손톱만 하게 피고 은어들도 강물에 집을 짓는다. 허공은 하늘로 가득해서 더 올라가 구름은 치자꽃보다 희다. 물소리가 종일 심심해서 제 이름을 부르며 ..
2016.05.30 -
**[국제시단]정익진-인공폭포**
인공폭포 ◈정익진◈ 폭포가 폭포를 흉내낸다 폭포 아래 고였던 물이 폭포 위로 올라가 다시 폭포수가 된다 똑같은 이야기가 반복되고 과일은 썩어간다 원나잇 스탠드, 매일 매일 사랑이다 비가 내리지 않아도 마른장마가 시작되어도 변치 않는 물량으로 흘러내린다 폭포 3은, 폭포 2의 ..
2016.05.24 -
**[가슴의 시조]유헌-삐비꽃 봉분**
삐비꽃 봉분 ◈유 헌◈ 애써 몸 세우려고 기대서지 않았다 단물 다 내어주고 심지까지 다 뽑히고 밟히고 베이면서도 산기슭 지켜왔다 바람에 맞서지도 피하지도 아니하고 찬 이슬로 꽃을 피워 윤슬처럼 반짝이며 은발로 다녀가시는 울 어머니, 하얀 꽃 ----------------------------------------------..
2016.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