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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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의 시]류경무-누구나 아는 말**
누구나 아는 말 ◈류경무◈ 그 말에는 그 말의 냄새가 나지 오래 묵은 젓갈같이 새그러운 그것은 구걸의 한 양식 그것은 마치 몹시 배가 고플 때 내가 나에게 속삭이는 말과 비슷해서 그 말은 냄새의 한 장르이기도 한데 여름날 내가 바닷가에 누웠을 때 햇빛이 내게 오는 것과 비슷한 일..
2016.05.09 -
**[국제시단]진홍청-40계단 오르막길**
경상도 아가씨-박재홍 40계단 오르막길 ◈진홍청◈ 미색코트 입은 숏컷머리 낯선 여성 앞서거니 뒤서거니 곯려주며 걷던 출근길 목이 긴 기린이 되지않을까 둥둥 쪽지 띄우고 중앙동 거상 찻집에서 물망초 눈빛을 담았다. 겨울밤 둘이서 발자국 새긴 해운대 모래밭길 눈 오는 날 경주도 ..
2016.05.09 -
**[아침의 시]성선경-밥벌**
밥 벌 ◈성선경◈ 밥벌이는 밥의 罰이다. 내 저 향기로운 냄새를 탐닉한 죄 내 저 풍요로운 포만감을 누린 죄 내 새끼에게 한 젓가락이라도 더 먹이겠다고 내 밥상에 한 접시의 찬이라도 더 올려놓겠다고 눈알을 부릅뜨고 새벽같이 일어나 사랑과 평화보다도 꿈과 이상보다도 몸뚱아리를..
2016.05.06 -
**[가슴의 시]김광규-홉스굴 부근**
홉스굴 부근 ◈김광규◈ 타이가 산 중턱에 올라와 이발소 풍경화처럼 눈에 띄는 남청색 물빛을 내려다봅니다 해발 1천 5백 미터 고원에 고여 있는 시간의 색깔이 하늘을 바라보면서 하루에 몇 번씩 천천히 바뀝니다 야생화 만발한 산록 초원에서 온종일 풀을 뜯는 양 떼들 측백나무 숲 위..
2016.05.03 -
**[국제시단]강신구-고향의 봄**
고향의 봄 ◈강신구◈ 갈 날을 아셨던가 무덤을 사라더니 오월 아늑한 날 편하게 누우셨다 해마다 아카시아꽃 찔레꽃이 피는데 늘 곁에 계시는 듯 오늘도 전화 올까 지난밤 꿈자리가 뒤숭숭하다면서 물가에 아기가 놀듯 눈을 박고 지낸다 올 해는 새 사람을 데리고 인사 간다 살구꽃 피..
2016.05.02 -
**[가슴의 시]송찬호-냉이꽃**
Yesterday - Giovanni Marradi 냉이꽃 ◈송찬호◈ 박카스 빈 병은 냉이꽃을 사랑하였다 신다가 버려진 슬리퍼 한 짝도 냉이꽃을 사랑하였다 금연으로 버림받은 담배 파이프도 그 낭만적 사랑을 냉이꽃 앞에 고백하였다 회색 늑대는 냉이꽃이 좋아 개종을 하였다 그래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
2016.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