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나온詩(44)
-
**[시가 있는 월요일] 낙방 후 먹는 짜장면의 맛**
낙방 후 먹는 짜장면의 맛 -손택수- 밥을 절반만 먹고 오렴 그래야 글이 잘 풀린다고 하더라 지도 선생님 말씀에 따라 나는 아침을 굶었다(중략) 백일장을 마치자마자 중국집엘 들렀다 식탁 위엔 달랑 한 그릇의 짜장면 (중략) 푹 고개를 숙이고 터벅거리던 귀갓길 하루를 공친 어머니와 ..
2020.04.07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장미**
장 미 ㅡ김규동 일정 때 두만강변 회령 경찰서 취조실에서 흘러나오던 그 사나이 비명은 어째서 아직도 내 가슴에 못처럼 박혀 있는지 6ㆍ25 때 한강을 헤엄쳐 건너온 백골부대의 한 병사가 담배 한 대를 맛있게 피우던 일은 어째서 아직도 내 가슴에 남아 있는지 지난날 38선을 넘을 때 안..
2020.04.04 -
**[시로 여는 수요일] 강**
강 -이성복 저렇게 버리고도 남는 것이 삶이라면 우리는 어디서 죽을 것인가 저렇게 흐르고도 지치지 않는 것이 희망이라면 우리는 언제 절망할 것인가 해도 달도 숨은 흐린 날 인기척 없는 강가에 서면, 물결 위에 실려가는 조그만 마분지조각이 미지의 중심에 아픈 배를 비빈다 ............
2020.04.01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나는 너다**
나는 너다 ㅡ황지우 비오는 날이면, 아내 무릎을 베고 누워, 우리는 하염없이 노래를 불렀다 우리가 젤 좋아하는 노래는 강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넓은 세상 보고 싶어 바다로 간다는 동요이다 그 방주 속의 권태롭고 지겨운 시절이, 이제는 이 지상에서 우리가 누릴 수 있었던 지복..
2020.03.28 -
**[함민복의 시로 여는 아침] 개싸움**
개싸움 ㅡ권필 누가 개에게 뼈다귀 던져 뭇 개들 사납게 저리 다투나. 작은 놈 꼭 죽겠고 큰 놈도 다치리니 도둑은 엿보아 그 틈을 타려 하네. 주인은 무릎 안고 한밤중에 흐느끼니 비에 담도 무너져서 온갖 근심 모여드네. --------------------------------------------------------------------------------------..
2020.03.26 -
**[시로 가꾸는 정원] <106>봄도 없이 삼월**
봄도 없이 삼월 ◇김병호◇ 사람이 사는지 미처 몰랐습니다 무릎보다 낮은 반지하 쪽창에 핀, 손바닥만 한 보행기 신발과 앞코 해진 운동화 봄빛을 모아 출렁이는 두 켤레 꽃을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봄도 없이 그 앞을 지나던 수백의 연분홍 맨발들도 한 번씩 발을 넣어보겠습니다 얼굴 ..
2020.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