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속담풀이<다편>-01~10
01-다북쑥도 삼밭에 나면 곧아진다 풀이:줄기가 곧지 못한 다북쑥도 줄기가 곧은 삼밭에 나면 같이 곧아진다. 보고 배우는 환경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 옛날에 한 부부가 늦둥이를 낳았는데 그 아들이 얼마나 귀여운지, 아버지란 사람이 아들한테 "너 웃목에 가서 엄마 때리고 오너라."하고 시켜서 아이가 제 엄마를 때리고 오면 잘한다고 깔깔 웃고, 어머니란 사람 또한 아들한테 "너 아랫목에 가서 아버지를 때리고 오너라."하고 시켜서 아이가 제 아버지를 때리고 오면 좋다고 웃었다. 아이는 그것을 본보기로 알고 자랐는데 아버지가 죽은 다음에도 나무를 해오거나 밭에서 김을 매고 오거나 집에 돌아오면 제 어머니를 때리고 보는 게 일이었다. 어려서는 어린애 매가 돼서 귀엽게 받았지만 나이 열댓살이 돼서도 제 어머니를 때리니 어머니가 고통을 견딜 수가 없어서 그러면 안된다고 타일러도 아들은 듣지 않았다. 어려서 배운 버릇 때문에 아들은 툭하면 때리고 어머니는 걸핏하면 매를 맞고 사는 지옥 같은 생활이 계속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이 아들은 거기서 십리쯤 떨어져 있는 효촌이란 마을의 유명한 효자 경증군 댁에 심부름을 가게 되었다. 그런데 거기 가서 경증군이 하는 행동을 가만히 살펴보니까 저녁에 어머니 이불을 펴드리고 아침에 문안 인사 드리는 것과 부모에게 음식을 드리는 것과 부모의 뜻을 받들어서 움직이는 것 하나하나가 자기가 어머니에게 대하는 것하고는 전혀 다르거든. 이 아들은 그날밤 효자의 행동거지를 배워가지고 다음날 집으로 돌아와서 어머니에게 "저는 어려서 부모를 때리는 것을 효도로 알았는데 어제 경증군 댁에 가서 부모에게 효행을 하는 것을 보니까 제 효하고는 전혀 달랐습니다. 어머니,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고 울며 빌었다. 그리고는 그날부터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극진한 효를 드렸다. 이 사람의 이름이 양수척인데 양수척의 효자비는 청주에서 서쪽으로 이십리쯤 떨어진 곳에 세워져 있다.
02-당나귀 양반 행세를 하려 든다 풀이:양반을 태우고 다니는 당나귀가 양반 행세를 하려 든다. 밑에 놈이 높은 사람의 배경을 믿고 자세를 하려 든다. 옛날에 짐만 싣던 당나귀가 하루는 양반을 태우고 장에 나갔더니 많은 사람이 절을 했다. 당나귀는 제가 잘 나서 절을 하는 줄 알고 다음날 마부가 짐을 실으려 하자 안 싣겠다고 버티다가 오지게 뚜들겨 맞았다고 한다.
03-도둑 맞고 죄된다 풀이:도둑을 맞으면 공연히 이 사람 저 사람을 의심하게 된다는 뜻. 옛날에 한 부자가 있었는데 한번은 장마가 져서 토담이 허물어졌다. 이때 아들과 이웃집 사람이 허물어진 담을 빨리 고치지 않으면 도둑이 들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런데 그날 밤 과연 도둑이 들어 재물을 훔쳐갔다. 그러자 부자는 아들에게는 선견지명이 있다고 칭찬하면서도 이웃에 대해서는 수상하다고 의심을 하더란다.
04-달아나면 쌀밥 줄게 풀이:삼십육계 줄행랑이 최고! 무조건 달아나라. 옛날에 홍문관 교리로 있던 이장곤이 연산군에게 미움을 받아 거제도로 귀양을 갔는데 금방 사약이 내릴 것 같아 사약을 먹고 죽느니 차라리 물에 빠져 죽으려고 절벽에서 뛰어내리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오래 전에 친구 정희량이가 '자살할 생각이 나거든 뜯어보라'고 한 종이 봉지가 생각나서 염랑을 끌러 조그만 종이 봉지를 꺼냈다. 그 봉지를 떼고 보니 봉지 속에 또 봉지가 있고 속봉지를 떼고 보니 속봉지 속에 또 봉지가 있는데, 그 셋째 봉지 위에 '거제배소개탁'이라고 씌어 있었다. 이 교리가 놀라서 "이 사람이 귀신인가? 내가 거제로 귀양올 것을 어찌 알았지?" 하고 급히 셋째 봉지를 뜯으니 그 속에서 종이쪽 하나가 떨어졌다. 그 종이 쪽지에는 '주위상책 북방길'이라고 씌어 있었다. 북방길로 달아나는 게 상책이라는 뜻이다. 이 교리는 종이쪽을 정신없이 들여보다가 홀연히 깨닫고 밤배를 타고 거제를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북쪽길만 바라보고 걸식을 하며 산길로 산길로 함흥까지 도망쳤다. 그는 거기서 백정의 딸과 혼인하여 숨어 지내다가 중종 반정 때 세상에 나왔다고 한다.
05-대대 곱사등이 풀이:대대로 곱사로 내려오는 집안. 그 아버지나 그 아들이나 똑같다는 뜻. 옛날에 아버지가 아들 형제를 데리고 산소에 성묘하러 가다가 꿩의 꼬리털 하나를 주웠다. 그 꼬리가 아롱아롱하고 보기가 좋으니까 작은 놈이 "이것이 이렇게 좋을 적에는 필경 토끼 꼬리겠지요?"하고 물었다.그러니까 큰 놈이 "쪼그만 토깽이가 어떻게 이렇게 긴 꼬리를 갖고 있겄냐? 긴 것을 보니 노루 꼬리가 틀림없구먼."했다. 아들 형제가 하는 얘기를 듣고 있던 애비가 얘들아, 내가 죽으면 아무것도 몰라서 남한테 우세하겠다. 내 가르쳐주마. 이 길고 아롱아롱한 걸 봐라. 호랭이 꼬리가 분명하다." 하더란다.
06-대신집 송아지 백정 무서운 줄 모른다 풀이:윗 사람의 배경을 믿고 함부로 까불지만 너 언제 혼날 날 있다. 광해군 때 어느 재상의 하인에 돌쇠라는 망나니가 있었는데 성미가 거칠고 교만한데다가 술버릇이 지나쳐 툭하면 싸움을 걸고 아무나 함부로 때렸다. 그러나 재상의 권세가 무서워 감히 돌쇠를 건드릴 사람이 없었다. 안하무인으로 놀던 돌쇠는 어느날 광해군의 호위 무관인 강익이라는 사람에게 행패를 부리다가 단 한방에 맞아 죽었다. 강익은 재상을 찾아가 "댁의 하인이 하도 무례해서 죽였습니다."하고 사과했다. 재상은 처음엔 놀랐지만 사내다운 솔직한 성격을 보고 강익을 용서해주었다고 한다.
07-대학을 가르칠라 풀이:혼내줄까 보다. 옛날에 불학무식한 한 농사꾼이 글을 배우고 싶어서 훈장에게 대학을 배웠다. 그렇지만 의관을 바로 하고 하루 종일 꿇어앉아 무슨 소린지도 모르는 얘기를 듣고 있자니까 거의 미칠 지경이었다. 하도 혼이 난 나머지 다시는 글을 안 배우겠다고 맹세했지만 논밭을 갈다가 소가 말을 잘 안 들을 때마다 "이놈의 소, 대학을 가르칠라!" 하고 호통을 치더라는 얘기.
08-돈에 침뱉는 놈 없다 풀이:세상에 돈 주어서 싫다고 하는 놈 없다. 옛날에 농사꾼 하나가 뒤가 급하여 문묘 안에 들어가서 똥을 누다가 수직하던 양반에게 들켜서 볼기를 맞게 되었는데 마침 가진 돈이 있어 바쳤더니 양반은 때리기는 커녕 "오냐, 급하거든 내일도 와서 보거라." 하더란다.
09-덤불이 커야 도깨비가 난다 풀이:덩치가 커야 그 속에서 좋은 게 난다. 이중환은 우리 땅덩어리가 작은 것을 한탄하여 택리지에 이렇게 썼다. "우리나라는 천리 되는 물이 없고 백리 되는 들판이 없어 거인이 태어나지 못한다. 그러므로 서융, 북적, 동호, 여진 등 중국에 들어가서 황제 노릇을 하지 못한 종족이 없지만, 유독 우리 민족만은 그런 일이 없다."
10-도둑놈이 제 말에 잡힌다 풀이:가만히 있으면 될 걸 나는 절대로 도둑질을 안했다는 식의 말을 해서 잡힌다. 옛날에 한 농부가 남의 소를 빌어다가 먹였는데 이 소가 쌍둥 송아지를 낳았다. 농부는 송아지 한 마리를 주인 모르게 떼어먹을 생각이 나서 "지난 밤에 당신네 소가 새끼 하나 낳소." 하고 말했다. 소 주인은 이 말을 듣고 소는 원래 새끼를 하나씩 낳는 것인데 특별히 하나 낳았다고 하는 것이 수상해서 "우리 소는 원래 둘씩 낳는 소인데 어째 하나밖에 안 낳았나?" 하고 물었다. 농부는 그만 부끄러워서 쌍둥 송아지를 낳았다고 고백하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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