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속담풀이<사편>-01~15
01.-사내자식 길 나설 때 갓모 하나 거짓말 하나는 갖고 나서야 한다 풀이:사내는 밖에 나가면 거짓말도 할 줄 알아야 한다. *갓모:비올 때 갓 위에 씌우는 모자.
옛날에 소강절이란 사람이 제자 아이를 데리고 산길을 가는데 어떤 여자가 달려오며 누가 죽이려고 쫓아오니 살려달라고 했다. 소강절은 대밭을 가리키면서 저기 가서 숨어있으라고 했다. 곧 이어 한 남자가 낫을 들고 쫓아오더니 소강절을 보고 이리 도망쳐온 여자를 못 봤냐고 했다. 소강절은 거짓말을 할 수가 없어서 대밭에 들어가 있다고 했다. 그놈은 대밭에 들어가 여자를 찍어 죽였다. 제자 아이는 이 끔찍한 광경을 보고 선생에게 물었다. "선생님은 어째서 살인하게 하십니까?" "남자는 거짓말을 해서는 안되니까 본 대로 말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 "거짓말 않고도 여자를 살릴 수가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저를 앞세우고 눈감고 봉사처럼 뒤따랐으면 됐을 텐데 그렇게 안해서 공연한 사람만 죽게 했지요. 선생님 따라다니다가는 저도 살인하게 생겼으니 이제부터 하직하겠습니다." 아이는 선생을 버리고 다른 데로 가버렸다고 한다.
02.-사돈 밤 바래기 풀이:좀처럼 끝을 못 맺는 행동.
옛날 어떤 집에 사돈이 다니러 왔다가 밤늦게 돌아가게 되었다. 주인은 너무 안돼 보여서 사돈을 집에까지 바래다 주었다. 그러자 사돈은 미안하다며 돌쳐나와서 또 이 사람을 집에까지 바래다 주었다. 이리하여 서로 왔다갔다 하다가 홀딱 밤을 새웠다는 얘기.
03-사람 안 죽은 아랫목 없다 풀이:사람이 제일 많이 죽는 곳은 전쟁터가 아니라 병들거나 늙어 죽는 아랫목이다. 사람은 어디서든 죽을 수 있다는 뜻.
옛날에 한 처녀가 점을 쳐봤더니 소뿔에 찔려 죽을 괘가 나왔다. 그래서 처녀는 조심하느라 소 곁에는 가지도 않고 방에서만 지냈다. 그러던 어느날 처녀는 방에 앉아서 덧문을 열어놓고 문턱에 팔을 걸치고 귀쑤시개로 귀지를 파내고 있었다. 갑자기 바람이 휙하고 불어서 열려있던 덧문이 닫히면서 처녀의 팔꿈치를 쳤다. 그러자 귀쑤시개가 귓 속으로 들어가서 처녀는 그것 때문에 앓다가 죽었다. 나중에 보니 그 귀쑤시개는 소뿔로 되어 있더란다.
04-사람은 일생을 속아서 산다 풀이:사람은 행여나 하는 막연한 기대 속에서 평생을 산다는 뜻.
옛날에 한 선비가 과거에 꼭 될 줄 알고 과거를 보러 다녔다. 그러나 해마다 떨어졌다. 이상해서 점쟁이한테 물어보았더니, 점쟁이는 "당신은 왕이 될 팔자를 타고 나서 그까짓 과거 같은 건 안 붙는다. 과거 급제 못한다고 서러워하지 말고 왕이 될 날이나 기다려보라."고 했다. 그후 선비는 왕이 될 날만 기다렸다. 그런데 왕은 되지 않고 늙어 죽게 되었다. 선비는 죽는 마당에 "짐이 붕하신다. 태자를 불러라." 하더란다.
05-사발농사 집의 양식을 아끼려고 남의 밥을 얻어 먹는 일.
옛날에 어떤 집에서 찰밥을 짓는데 옆집 여자가 눈치를 채고 마실을 왔다. 찰밥하는 집에서는 옆집 여자가 가기만 기다렸다. 그러나 도무지 가지를 않아서 할 수 없이 찰밥을 조금 주었다. 옆집 여자는 먹으면서 "거, 무슨 찰밥인지 맛이 참 좋수다레."하고 너스레를 떨었다. 주인 여자는 얄미워서 "이래도 철 모르고 저래도 철 모르는 찰밥이우다."하고 쏘아주었다. 그랬더니 옆집 여자는 "그래요? 난 이 찰밥이 오면 가면 또 먹으란 찰밥 같수다!"하더란다.
06-산골 부자는 해변가 개보다 못하다 풀이:못사는 동네의 부자는 잘사는 동네의 개만도 못하다.
옛날에 해변가 사람이 소금장수가 되어 산골로 들어갔을 때 본 얘기다. 한 부잣집에서 제사밥을 짓는데 쌀이 워낙 귀하니까 쌀이 흩어질까봐 밑에는 조를 깔고 그 위에 실에 꿴 쌀을 놓고 짓더란다. 그리고는 제사밥을 먹을 때 축문을 써준 사람한테는 조밥 위에다 쌀알 다섯 개를 얹어주고 남자들한테는 쌀알 세 개를 얹어 주고 여자들한테는 쌀알 반 개를 얹어주더라나?
07-산림도 청으로 하는 수가 있다니까 풀이:제가 저를 추천하며 돌아다니는 사람을 비웃는 말.
조선 후기에 오면서 과거제도가 문란해지자 과거를 외면하는 유자들이 늘어났다. 처음에는 이들을 다 산림이라고 불렀다. 산림은 유교국가에서 유림의 대표 격이었으므로 권위와 영향력이 막강해서 정권을 좌지우지할 정도였다. 산림의 권위가 얼마나 막강했으면 "열 정승이 한 왕비만 못하고, 열 왕비가 한 산림만 못하다." 는 말이 나왔을까! 대표적인 산림으로는 우암 송시열 등이 있다. 그러나 조선 말기 세도정치 시대에 오면 산림의 권위도 떨어지고 유명무실해져 산림을 시켜달라고 세도가들한테 청을 들인 사람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08-산은 오를수록 높고 물은 건널수록 깊다 풀이:가면 갈수록 더 어려운 일이 생긴다.
옛날에 한 멀쩡한 사람이 서울 양반집에서 몇년 동안 청지기를 살면서 들은 풍월로 육갑하는 법과 약 짓는 법을 배웠다. 이 사람이 가만히 따져보니 약도 지을 수 있겠다. 육갑도 할 수 있겠다. 웬만하면 시골 내려가서 한 밑천 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당장 청지기를 때려치우고 가장 만만한 산골로 갔다.산골 동네에 떡 들어서니 한 골목에서 개가 나와서 고개를 기울기울했다. 이 사람은 이것을 보고 "야, 여기서는 개가 다 기유기유하고 육갑을 하는구나." 하고 깜짝 놀랐다. 조금 더 가니까 어떤 집에서 여자가 베를 짜고 있는데 가만히 들어보니 베 짜는 소리가 정축생 정축생하고 들리거든. 이 사람은 다시 놀라서 "야, 여기서는 베를 짜면서도 육갑을 하는구나." 하고 감탄하고 있는데, 여자가 베틀에서 내려와 청동 요강에다 오줌을 누어요. 그런데 오줌 누는 소리를 들어보니까 처음에는 갑주르르르 하더니 그 다음엔 을해을해을해을해하고 끝판에 가서 자축한단 말이야. 이 사람은 "야, 이거 산골이라고 깔봤다가는 야단나겠다. 오줌을 누면서도 육감을 하는데 내가 있을 곳이 못되는구나." 하고 거기를 떠나서 경상도 영주 지방으로 갔어요. 갔더니 한 나무꾼이 산에서 나무를 해가지고 내려오다가 지게를 벗어놓고는 "귀야 귀야 귀야."하고 금방 숨 넘어갈듯이 소리를 지르거든. 이 사람은 "야, 저놈이 귀가 아파서 저러는가보다. 내 약 짓는 실력으로 귀를 고쳐주어야겠다." 하고 산으로 숨가쁘게 쫓아 올라갔더니, 나무꾼은 "지리 지리 지리산 갈가마귀야 아으으."하고 노래 뒷 귀절을 마저 불렀다. 이 사람은 "산은 오를수록 높고 물은 건널수록 깊다더니 점점 어려운 일만 생기는구나. 내가 안하던 짓을 하려니까 그렇지!" 하고 다시 청지기 짓을 하러 서울로 올라갔다고 한다.
09-산 호랑이 눈썹도 그리울 것이 없다 풀이:희귀한 보물인 산 호랑이 눈썹도 그리울 게 없다.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는 말.
산 호랑이 눈썹에는 다음과 같은 얘기가 있다. 옛날에 한 나그네가 산에서 도를 닦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인데 어느 큰 고개 밑에 이르니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사연을 물은 즉 이 고개 위에는 큰 백호가 있어서 백 사람이 모여 넘어가야지 한명이 모자라도 잡혀 죽는다고 했다. 그러나 나그네는 그냥 고개를 올라갔다. 고개마루에 당도하니 머리가 하얀 노파가 길가에 앉아 있었다. 나그네가 물었다. "노친네는 사람이요, 호랑이요?" 노파는 솔직히 호랑이라고 대답했다. "노친네는 왜 사람을 잡아먹습니까?" "나는 짐승을 잡아먹었으면 잡아먹었지, 절대로 사람을 잡아먹지는 않는다! 자, 봐라." 호랑이는 자기 눈썹을 하나 빼주며 눈에다 대고 저 아래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했다. 호랑이 눈썹을 대고 보니 과연 고개 아래 모여 있는 사람들은 사람이 아니라 개나 말, 소, 돼지로 보였다. 호랑이는 당신은 사람으로 보여서 내가 안 잡아먹은 거라고 하며 눈썹을 가지라고 했다. 나그네가 집에 돌아가서 호랑이 눈썹을 대고 보니 마누라가 닭으로 보였다. 나그네는 깜짝 놀라서 마누라를 닭으로 보이는 사내와 짝지어주고 자기는 사람으로 보이는 여자를 얻어서 잘 살았다고 한다.
10-살찐 놈 따라 붓는 놈 풀이:남을 무조건 따라 하는 놈.
옛날에 아무것도 모르는 자식놈이 초상집에 문상을 가려고 하자 어머니가 잘못하면 예가 안되니 이웃집 어른이 하는 대로 따라 하라고 시켰다. 이웃집 사람은 키가 큰 사람이라 상가에 들어가다가 문에 머리를 받아 갓일 부서졌다. 이걸 보고 키가 작은 아이놈은 펄쩍 뛰어 문을 받아놓고는 "이만하면 예가 되겠능교?" 하더란다.
11-삼대 부자가 없다 풀이:삼대를 내려가는 부자가 없더라.
송나라 때 절도사 미신이 백성을 쥐어짜서 돈을 백만 꾸러미나 쌓았지만 인색해서 돈을 쓰지 않았다. 반면에 그 아들은 사치스럽고 방탕했다. 아들은 아버지 때문에 돈을 마음대로 쓰지 못하니까 고리대금업자한테 비싼 이잣돈을 빌려 쓰면서 공공연히 "노도환."이라고 하고 다녔다. 늙은이가 쓰러지면 갚겠다는 뜻이다. 아들은 집안에서는 얌전한 척하고 문밖에만 나가면 흥청망청 썼다. 미신이 죽자마자 아들은 재산을 금방 탕진해서 옥졸과 야경꾼의 도움을 받아 겨우 입에 풀칠하는 신세가 되었다고 한다.
12-삼수 갑산을 가는 한이 있더라도 풀이:삼수 갑산에 귀양가는 한이 있더라도 기어코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
삼수 갑산이 두메 산골이라는 건 다 알지만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를 것 같아서 여기 옛날 얘기를 적는다. 옛날에 어떤 선비가 갑산 원으로 가게 돼서 대감들에게 떠난다고 인사를 갔는데 그저 잘 다녀오라는 대감도 있었지만 픽 웃거나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잘 해보게."하는 대감이 더 많았다. 이 선비가 몇달이나 걸려 갑산에 도착하니 고을 백성들은 새 사또가 왔다고 잔치를 벌여주고 온 고을이 떠들썩했다. 사또는 흐뭇해서 그럭저럭 정사를 잘 보았다. 그렇지만 추석이 지나 며칠 안되었는데 갑자기 육방 관속이 다 몰려와서 인사를 했다. "이제 저희들은 하직합니다." 사또는 놀라서 물었다. "하직이라니 무슨 하직이냐?" "예, 내일이면 아실 겝니다. 내년 해동이 되어야 뵈입게 될 터이니 그만 하직이지요." 관속들은 모두 집으로 가버렸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밤새 어떻게나 눈이 많이 왔던지 지붕이 파묻히고 문도 열 수 없어서 사또는 방 안에만 틀어박혀 지내게 되었다. 이거 눈 속에 파묻혀서 꼼짝없이 죽게 되었구나! 불을 켜들고 그 큰 집 실내를 이리저리 살피며 다니는데 맨 끝방에 웬 여자 하나가 있었다. "너는 누구냐?" "예, 저는 내년 봄까지 사또 진지를 올릴 사람입니다." 사또는 너무나 반가워서 말했다. "따로 거처할 것이 뭐 있냐? 내 방에 와서 같이 있자." "예, 그럭하지요." 사또와 밥해주는 여자가 한 방에서 거처하게 되었는데 눈이 지붕 위에까지 쌓여 있으니 해를 볼 수 있나, 달을 볼 수 있나? 낮도 밤같고 밤도 낮같고 할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어서 적적하고 심심하기 짝이 없었다. 그 너른 집에 사또하고 밥해주는 여자하고 단 둘이만 있으니 생각나는 일이란 단 그것뿐이었다. 해서 사또는 밤낮으로 여자와 그 짓만 했다. 그러다보니 결국 코피가 터지고 몸은 쇠약해져서 이러다가는 집에도 못가보고 죽겠다 싶어서 맹세를 하느라고 바람벽에다 '다시 이런 짓을 하면 내가 개아들, 소아들, 말아들이다'하고 써놓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 다시 여자와 마주보고 앉았으면 또 그 짓을 할 따름이었다. 이렇게 해서 한 겨울 동안 지내고 보니 바람벽에는 '다시 이런 짓을 하면 개새끼 소새끼 말새끼다.'라는 글씨로 가득하게 되었다. 긴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자 육방 관속들이 몰려와서 인사를 했다. 사또는 반가워서 말했다. "야, 나 죽을 뻔했다. 저 바람벽을 봐라." "구관 사또보다는 덜 하신데요 뭐." 아전들은 바람벽을 보고 웃었다. 그후 이 사또는 임기를 마치고 서울에 와서 대감들에게 다녀왔다는 인사를 하러 갔더니 대감들마다 웃으며 "그래 지난 삼동에는 벽을 몇칸이나 버려놨는가?" 하더란다.
13-상팔십이 내 팔짜 풀이:가난이 내 팔짜.
강태공은 160년을 살았는데 먼저 80년은 낚시질이나 하며 가난하게 살다가 나중 80년은 정승이 되어 부귀공명을 누렸다고 한다.
14-새도 가지를 가려 앉는다 풀이:몸을 의탁하려면 좋은 주인을 선택해야 한다. 잔인하거나 옹졸한 주군 밑에는 가지 말아야 한다는 뜻.
공자가 여러 나라를 떠돌다가 위나라에 갔다. 위나라 임금은 이웃나라를 치려고 병법에 관한 것을 물어왔다. 공자는 "나는 제사 지내는 법은 알지만 병법에 관해서는 모릅니다."하고는 그 나라를 서둘러 떠났다고 한다.
15-색시 그루는 다홍치마 적에 앉혀야 한다 풀이:색시 버릇은 다홍치마를 입고 막 시집왔을 때 잘 가르쳐야 한다.
옛날에 한 사내가 성미 사나운 여자를 얻게 되었다. 사내는 첫날밤부터 꽉 잡아야겠다 생각하고 밤에 똥을 싸서 몰래 처녀 속곳에 넣어 놓고 큰 소리로 "아니, 이게 무슨 냄새야?" 하면서 밖으로 나가버렸다. 여자는 자기가 똥을 싼 줄 알고는 무안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여자는 그 일 때문에 사십여 년 동안 남편한테 꽉 죽어 지냈다. 어쩌다 화를 못 참고 성깔을 부리려고 하다가도 남편이 "어험, 아 첫날밤에..." 하면 그만 기가 푹 죽는 것이었다. 그러는 동안에 아들 딸 나서 시집 장가 다 보내고 환갑날이 돌아왔다. 환갑잔치날 영감은 이제야 별일 없겠지 하고 아들딸들 앞에서 첫날밤 얘기를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그랬더니 성깔이 죽은 줄 알았던 할망구가 "그러면 그렇지! 아이구 분해!" 하더니 그 자리에서 영감의 수염을 몽땅 뽑아버리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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