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속담풀이 (자편)-37~48
37-쥐가 고양이를 불쌍해 한다
풀이→자기를 해칠 사람을 불쌍해 한다. 쓸개 빠진 사람.
옛날 어느 집에서 고양이를 키우는데 이놈의 고양이는 도무지 쥐를 잡지 않았다.
그래서 주인한테 바보 고양이라고 늘 욕을 먹었다.
하루는 이 고양이가 주인의 베 감투를 빼앗아 쓰고서는 곳간으로 들어갔다.
쥐들은 저희를 해치지 않는 고양이가 오니까 안심하고 나와서 물었다.
"고양이님, 어째서 베 감투를 썼습니까?"
"음, 울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서 썼지야."
쥐들은 고양이를 동정해서 우는 놈까지 있었다.
"야, 너희들 나와서 조상하라구."
고양이가 그렇게 말하자 쥐들이 조상을 하려고 모두 쥐구멍에서 나왔다.
그때 고양이가 재빨리 쥐구멍을 막고 쥐를 다 잡아먹었다는 얘기.
38-쥐고 펼 줄을 모른다
풀이→한번 움켜쥐면 절대로 펼 줄을 모른다.
더럽게 인색하고 욕심 많은 자를 욕하는 말.
옛날에 어느 선생이 20여 명이나 되는 학생들을 대접하는데 큰 가마솥에다
겨우 닭 한 마리를 넣고 무만 잔뜩 썰어 넣어 탕을 끓여 주었다.
학생들의 욕은 말할 것도 없었지만 가장 흥분한 것은 닭이었다.
닭은 죽어서 염라대왕한테 가서 호소했다.
"대왕님, 이 조그만 몸을 20명한테 찢어 먹이다니!
세상에 이렇게 인색한 인간이 다 있단 말입니까?"
염라대왕도 그렇게 인색한 놈이 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아서
증인이 있느냐고 물었다.
"예, 증인이 있습니다. 무가 증인입니다."
그러나 증인으로 불려온 무는 닭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당신은 왜 그런 거짓말을 하시오? 그날 솥 안에서 우리만 죽도록 고생했지,
당신은 근처에 얼씬도 안했단 말요."
닭고기가 너무 적어서 무의 눈에도 띄지도 않았던 것이다.
39-쥐좆도 모른다
풀이→아무것도 모른다.
옛날에 한 영감이 밖에 나갔다 왔더니 자기하고 똑같이 생긴 영감이
사랑방에 앉아 있다가 진짜 주인을 보고 나가라고 했다.
이래서 난리가 났는데 어찌나 똑같은지 아들과 마누라고 알아보지 못했다.
배꼽 밑에 점까지 똑같았으니까. 결국 마누라가 우리집에 밥숟갈이 몇 개구
낫이 몇 개냐고 물었다. 진짜 주인은 사랑방에만 있었기 때문에
집 살림을 잘 알지 못하니까 엉터리로 대답하고 가짜 주인은
정확히 알아맞혀서 오히려 진짜가 쫓겨나게 되었다. 이 가짜는 그 집에서
수십년 묵은 쥐로서 부엌 살림이고 창고 안에 뭐가 있는지
뜨르르 꿰고 있었던 것이다.진짜 영감은 여기저기서 밥을 얻어먹으며
겨우 목숨을 이어갔다. 하루는 어떤 절에 들러서 노승하고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자기 신세 타령을 하게 되었다.
중은 이야기를 다 듣고 나더니 절에서 기르는 고양이 한 마리를 주며
이걸 가지고 집으로 가보라고 했다. 진짜가 집으로 가서 고양이를 사랑방에
풀어놓았더니 고양이는 단번에 가짜 영감의 목을 물어 뜯었다.
가짜 영감은 커다란 늙은 쥐가 되어 죽었다.
그러니까 영감은 마누라를 돌아보며,
"이년아, 그래 쥐좆도 모르고 살었단 말이냐?" 하더란다.
40-쥐 정신
풀이→ 쥐는 돌아서면 잊어버린다고 한다.
옛날에 김씨 성을 가지 사또가 그 고을의 유명한 기생과 죽고 못사는
사이가 되어 헤어질 때는 서로 눈물을 뿌리며 헤어졌는데 몇 년 후
그 고을을 지나다가 옛정이 생각나서 그 기생집에 들렀다.
그러나 기생은 전혀 모르는 빛이라
"너, 나를 알겠느냐?" 했더니 기생은 섭섭하다는 듯이
"특별하신 분을 왜 제가 모르겠어요? 손님은 박씨 아네요?" 하더란다.
41-질기기는 홍제원 이찰떡보다 더 하다
풀이→아주 질기다.
옛날에 홍제원은 물 좋고 경치 좋은 계곡이었다. 또한 서울 사람들은
북경으로 떠나는 사신 일행을 홍제원까지 따라가서 배웅을 했으므로
홍제원 일대는 장이 서다시피 했고 떡장수도 많았는데 특히
찰떡이 찰지기로 유명했다고 한다.
42-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과 같다
풀이→좀더 솔직히 말하면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보다 못할 때가 더 많다.
옛날에 한 중년 사내가 산으로 나무하러 갔다가 젊어지는 샘물을 먹고
새파랗게 젊어져 돌아왔다. 이것을 보고 마누라도 젊어져 보겠다고
산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아서 남자가 찾으러
갔더니 어디서 "응애 응애."하는 간난아기 우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 나는 데로 가보니 저희 마누라 옷이 있고 그 옷 안에서
쪼그만 계집애가 울고 있었다. 사내가
"네가 누구냐?" 고 물었더니 계집애는
"나야 나. 당신 마누라. 물을 너무 많이 마셨나봐." 하더란다.
43-지랄병엔 목침이 약
풀이→지랄 맞은 놈에겐 목침을 던져 패는 것이 약.
옛날에 벼 천석쯤 하는 사람이 벼슬을 하고 싶어서 논 수십 마지기를
팔아가지고 정승한테 바치고 벼슬자리 하나 주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꿩 구어먹은 소식이라 돈이 모자라서 그러는가보다 하고
남아있는 논밭을 죄다 팔아서 갖다바쳤다.
그랬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이 없었다.
그러다가 정승이 병이 나서 자리에 눕게 되었다. 정승의 아들들이
병 간호를 하는데 이 사람도 같이 달려들어 정성껏 간병을 했다. 그러나
별 차도가 없었다. 하루는 아들들이 간호를 하다가 지쳐서 밖으로 나가고
방에는 이 사람 혼자밖에 없었다. 이 사람이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이놈의 정승이란 놈 내 돈 수천냥을 떼어먹고 벼슬 한 자리 주지 않고
죽으려고 하는 것이 분하고 괘씸해서, 이왕 죽을 거 어디 나한테 맞고
죽어봐라 하고 목침을 집어서 냅다 두들겨 팼다. 그러니까 정승은 숨을
까딱까딱 쉬었다. 그때 아들들이 들어왔는데 정승은 다 죽어가면서도 목침을
가리키고 또 이 사람을 가리키면서 "목...목..."하다가 숨을 거두었다.
정승은 저놈이 목침으로 나를 때렸다는 말을 한 것인데,
아들들이 듣기에는 돈 많이 갖다바친 저 사람에게 목천 군수나 시켜주라는
말로 알아듣고 이 사람을 목천 군수를 시켜주었다는 얘기.
44-지레짐작 매꾸러기
풀이→지레 짐작으로 섣불리 행동하다가는 매 맞기 딱 알맞다는 뜻.
옛날에 어떤 사람이 딸 삼형제를 두었는데 큰딸은 시집간 첫날밤에 신랑이
옷을 벗기려고 하니까 부끄러워서 옷을 꽉 붙잡고 벗지를 않았다.
신랑이 벗기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벗길 수가 없어서
"에이, 네까짓 년 아니면 색시가 없겠냐?" 하면서 소박을 놓았다.
둘째딸은 저희 언니가 시집가서 옷을 안 벗어서 소박 맞았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옷을 홀딱 벗고 들어갔다가 소박을 맞았다.
셋째딸은 저희 큰언니는 옷을 안 벗다가 소박을 맞았고, 작은언니는
옷을 벗고 들어갔다가 소박을 맞았기 때문에 이러기도 어렵고 저러기도
어려워서 "옷을 입고 들어갈까요, 벗고 들어갈까요?"
하다가 소박을 맞았다고 한다.
45-지장이 불여복장
풀이→지혜로운 장수가 복있는 장수보다 못하다.
복을 타고난 사람이 제일이라는 말.
정유재란 때 명나라 장수 양호는 충청도 직산에서 왜군을 대파한
지혜로운 장수였지만 윗 사람의 무고를 받아 본국으로 소환되었다.
이와 반대로 명나라 수군 제독 진인은 별다른 공이 없었지만
이순신 장군과 친해서 이순신 장군이 넘겨준 왜군의 머리를 가장 많이 갖고
있었기 때문에 명나라 사기에 최고의 공을 세운 장수고 기록되고
황제한테서 땅까지 하사 받았다고 한다.
46-집을 사려면 이웃을 보고 사라
풀이→집을 사려면 동네 인심을 보고 사라.
공자는 "마을 인심이 착한 곳이 좋다. 착한 곳을 가려서 살지 아니하면 어찌
지혜롭다 하랴?" 했다. 또한 택리지의 저자 이중환은
"사는 곳의 풍속이 좋지 못하면 자손에게도 해를 미친다."고 했다.
47-집장을 십년 하면 호랑이도 아니 먹는다
풀이→집장은 관아에서 매를 치는 집장 사령.
남에게 모진 짓을 하는 놈의 고기는 호랑이도 더러워서 아니 먹는다.
춘향전에 집장 사령이 매를 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너무나 실감나는 표현이라
여기 적어본다. 집장사령 거동 보소. 오른 팔 소매 빼어 뒤로 젖혀 잡아 매고
삼모장 손에 쥐고 형틀 옆에 엎드렸다가
"매우 쳐라!" 소리에 "예이."하고 삼모장 둘러메고, 한 발 자칫 나섰다가
큰 눈을 부릅 뜨고, 주먹에다 힘을 주어 한 발 자칫 달려들어
"이." 딱 하는 소리에 기왓골이 울린다.
48-쭉정이가 머리 드는 법
풀이→속이 빈 놈이 잘난 체하는 법.
조선 초의 명재상 맹사성이 고향인 온양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비를 만나 용인의 어느 객주집에 들르게 되었다.
안에 들어가니 행장을 굉장하게 차린 젊은 선비가 먼저 들어와 있었다.
초라한 행색의 늙은이가 방에 들어서니 젊은 선비의 눈에는 업신여기는
태도가 넘칠 정도로 드러났다. 선비가 쪼를 빼며 말을 걸었다.
"늙은이, 우리 심심한데 말 놀이나 할까요?"
"그러시오." 두 사람은 말 끝에 '공'자와 '당'자를 붙여서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젊은이 어디 가는공?"
"서울 간당."
"무슨 일로 가는공?"
"녹사 벼슬 얻으러 간당."
"내가 한 자리 만들어 줄공?"
"에끼, 늙은이, 싫당. 싫당." 그후 맹정승이 조정에 나가 있으니까
젊은 선비 하나가 벼슬을 구하러 들어와 엎드리는데 가만히 보니
그때 그 젊은이다. 맹정승은 목을 길게 뽑으며
"어찌 왔는공?" 하고 물으니 젊은이는 깜짝 놀라 보다가 머리를 조아리며
"죽여주시당. 제발 죽여주시당."하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