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속담풀이<아편>-25~36
25-열 판수가 모여도 눈 뜬 놈은 없으리 풀이:사람 수는 많아도 오합지중에 불과하다는 뜻.
심청전에 보면 심봉사가 여러 봉사에게 인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심봉사가 "피차에 초면이요." 하니까 그 중의 한 봉사가 "아니, 구면이면 알 테요?" 하더란다.
26-예조 담 모퉁이 풀이:지나치게 예절을 차리는 사람. *예조:예절을 맡아보던 관청.
남하고 얘기할 때 자기에 관한 일은 무엇이든지 "변변치 않지만..."하고 겸손해 하는 선비 가 있었다. 어느날 밤 손님을 청해 술대접을 하는데 훤한 달이 떠올랐다. 손님이 흥취가 나서 "오늘 달이 매우 좋군요."하니까 선비는 "원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변변치 않은 달인 걸요." 하더란다.
27-옛말 그른 데 없다 풀이:옛날부터 내려오는 말은 그른 것이 하나도 없다.
옛날에 북경으로 가는 사신 일행 네 명이 미처 객주집을 찾지 못하고 여염집에 묵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그 집은 젊은 여자 혼자 사는 집이었다. 그중에 홍이라는 사람이 남들이 잠들면 저 여자와 하룻밤의 얘깃거리를 장만하리라 마음 먹고 밤이 깊기만 기다리다가, 한식경쯤 지나서 몰래 일어나 여자의 방 쪽으로 가니, 이게 웬걸, 한 놈이 벌써 댓돌 밑에 숨어서 여자의 방을 엿보고 있다. 이크! 나보다 빠른 놈이 있구나 하고 보니 이미 마루에 올라선 놈도 있고 아예 방에 들어가 앉은 놈도 있다. 이때 여자가 방문을 열고 나와 "점잖은 분들이 이 밤중에 무슨 짓들입니까?" 하고 손뼉을 치며 웃으니까 댓돌 밑에 있는 놈이고 마루에 올라선 놈이고 방에 들어간 놈이고 다 나오는데 보니 전부 자기 일행이다. 그러자 홍은 "옛말 그른 거 하나 없지! 사내는 다 도둑놈이라더니 그 말이 사실이구나!" 하더란다.
28-오래 앉으면 새도 살을 맞는다 풀이:남이 시기하는 자리에 너무 오래 있으면 결국 화를 입는다.
진나라의 범저가 오랫 동안 승상 자리에 앉아서 부와 권세를 누리고 있을 때 얘기다. 하루는 꾀죄죄한 베옷을 입고 다 떨어진 짚신을 신은 채택이란 자가 시정을 돌아다니며 " 내가 범저를 쫓아내고 다음 승상 자리에 오를 사람이오." 하고 떠벌이고 다닌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범저는 채택을 잡아다가 물었다. "네가 무슨 수로 나를 쫓아낸단 말이냐?" 그러나 채택은 이렇게 말했다. "높은 자리에 오래 있으면 위험하다는 걸 왜 모르십니까? 대감보다 먼저 승상 자리에 있던 상앙과 초나라 오기와 월나라 문종이 다 큰 공을 이뤘으나 명대로 살지 못하고 비참한 죽음을 당했습니다. 그래, 대감도 그들처럼 되기를 원하십니까?" 범저는 소름이 쭉 끼쳐 병이 위독하다는 핑계를 대고 승상 자리를 채택에게 물려주고 은퇴했다. 그 당시 높은 자리에 오래 있던 사람들은 채택의 말대로 남의 시기를 받아 거의가 불행하게 죽었지만 범저는 일찍 물러났기 때문에 편안한 여생을 보냈다고 한다.
29-옥에는 티나 있지 풀이:조금도 흠잡을 데가 없다. 결백한 사람을 칭찬하는 말.
옛날에 한 농부가 밭갈이를 하다가 귀한 옥을 주웠다. 농부는 옥을 가지고 사또에게 가서 "이것은 보배입니다. 받아주십시요."하고 말했다. 그러나 사또는 "그대는 옥을 보배로 알고, 나는 받지 않는 것을 보배로 아니까, 만일 내가 옥을 받는다면 그대와 내가 모두 보배를 잃은 셈이네."하며 받지 않더란다.
30-온양 온천에 전 다리 모여들듯 풀이:온양 온천에 다리 저는 사람들이 모여들듯, 어중이 떠중이들이 모여드는 모습.
옛날에 한 임금이 순행을 하는데 산에 올라 서서 보니 산 밑에서 다리 부러진 학이 물을 찍어 바르고 있었다. 임금이 이상히 여겨 그곳을 파보라고 했더니 뜨거운 물이 나왔는데 여기가 지금의 온양 온천이다. 이때부터 온양 온천 물은 다리 아픈데 좋다하여 다리병이 있는 사람 들이 많이 찾았다고 한다.
31-온면 먹을 제부터 그르다 풀이:결혼식날 국수 먹을 때부터 이미 글렀다는 걸 알겠더라. 시작부터 틀렸다.
옛날에 고을살이를 나가는 수령이 임금에게 인사를 하러 가면 대전별감과 승정원 사령들이 돈을 뜯는데 이것을 궐내행하라고 한다. 이 돈이 많을 때는 수백냥이고 적어도 5, 60냥인데 이들에게 주는 돈이 적을 것 같으면 대놓고 욕지거리를 하며 옷소매를 끌어당기니 그 곤욕이 말이 아니었다고 한다. 이들이 돈을 뜯는 명분은 "너는 기름진 고을을 얻어 장차 백성의 고혈을 먹을 것이니 우리를 대접해야지." 라는 뜻이고, 돈을 주는 수령의 태도는 "나는 기름진 고을을 얻어서 앞으로 백성의 고혈을 먹을 텐데 어찌 이만한 돈이야 못 내겠는가?" 하는 뜻이니, 이렇게 되면 고을살이가 애시당초 시작부터 잘못 되는 것이다.
32-왕후장상이 씨가 있나 풀이:왕이나 제후나 장군이나 재상의 씨가 따로 있느냐? 없단 말이여!
진시황이 죽고 2세 호해가 즉위하자 환관들이 득세하여 백성들은 사리가 더 어려워졌다. 진승이라는 농민은 국경 수비대로 징용되어 어양으로 가다가 큰 비를 만나서 기일 안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없게 되었다. 도착한다 하더라도 기일을 어겼으니 처형될 것이 분명했으므로 진승은 같이 가던 농민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외쳤다. "왕후장상이 씨가 있느냐?" 그들은 우선 호송 관리부터 죽이고 반란을 일으켰다.
33-운봉이 내 마음을 알지 풀이:다른 사람은 다 몰라도 누구는 알지!
암행어사가 된 이도령이 거지 차림을 하고 변사또의 생일잔치에 나가자 좌중이 모두 우습게 보고 쫓아내려고 했으나 운봉 영장은 도둑 잡는 토포사라 눈치가 빨라서 통인 아이에게 "그 손님 거동 보니 의복은 남루하지만 기상은 준수하니 이리 모시고 오너라." 해서 이도령을 잘 대접했다. 운봉은 이도령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던 것이다.
34-용 못된 이무기 심술만 남는다 풀이:이무기는 용이 되려다가 못되고 물 속에 산다는 구렁이. 출세를 할듯할듯 하다가 못한 사람은 심술이 많다.
옛날에 전라도 강진 땅에 용못된 이무기가 살았는데 이놈이 어찌나 심술이 궂은지 강가로 지나가는 사람은 모조리 잡아 먹었다. 백양사 중 하나가 이놈을 없애려고 월출산에 들어가서 백일 기도를 드리고 차력법을 익혀왔다. 중은 아침 일찍 강가에다 쇠말뚝을 박고 쇠말뚝 위에 옷을 입혀서 사람처럼 해놓고는 멀찌감치 숨어서 이무기가 하는 꼴을 보기로 했다. 해가 뜨자 이무기가 강물 속에서 나와서 허수아비한테 달려들어 감고 물어뜯고 하다가 지쳐서 돌아가려고 할 적에 중은 손에 베헝겊을 감고 이무기를 잡아 차력법을 써서 죽였다고 한다.
35-우는 모퉁이인 줄만 알고 운다 풀이: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남 하는 짓을 덮어놓고 따라 한다.
옛날에 어떤 노친네(할머니)가 멀리 떠나가서 소식도 없던 아들에게서 편지를 받았다. 그러나 글을 읽을 줄 몰라서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편지를 읽어봐달라고 부탁했다. 나그네는 편지를 보고 울었다. 나그네가 우는 걸 보고 노인도 따라 울었다. 그때 중이 지나가다가 이 장면을 보고 또 따라 울었다. 셋이서 한참 울다가 노인이 나그네에게 편지에 뭐가 써 있어서 우느냐고 물었다. 나그네는 "편지에 뭐가 써 있는지 그건 나도 모르겠수다. 내가 왜 우는가 하면 우리 아버지가 글 배우라고 할 적에 글을 배웠더라면 편지도 잘 보고 했을 텐데,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편지 한 장 읽을 줄 모르는 것이 서러워서 그래 우는 거요." 하고 말했다. 나그네가 노인에게 왜 울었느냐고 물었다. 노인은 "당신이 우는 걸 보고 편지에 우리 아들이 죽었다고 씌어 있어서 우는구나 하고 슬퍼서 울었수다." 하고 말했다. 이번에는 노인이 중에게 왜 울었느냐고 물었다. 중은 "당신네 둘이 우는 걸 보고, 나는 여기가 우는 모퉁이인 줄만 알고 울었수다." 하더란다.
36-우물 귀신 사람 잡아 넣듯 한다 풀이:우물에 빠져 죽은 귀신은 다른 사람을 대신 잡아 넣어야 우물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한다. 이왕 불행하게 된 사람이 남까지 끌어들여 불행하게 만들 때 쓰는 말. 흔히 말하는 물귀신 작전.
초나라의 오기는 여러 가지 개혁정책을 써서 왕의 신임을 받았지만 귀족들의 권한을 깎았기 때문에 그들의 미움을 받고 있었다. 왕이 죽자 귀족들은 오기를 죽이려고 궁으로 쫓아 들어왔다. 오기는 왕의 시신이 누워있는 침전으로 도망쳐서 왕의 시신을 끌어안았다. 귀족들은 빗발치듯 화살을 쏘았다. 오기는 물론 죽었지만 화살은 왕의 시신에도 꽂혔다. 세자가 등극하자 화살을 쏜 귀족들은 모조리 죽음을 당했다. 이때 초나라 명문가 70여집 이 오기의 물귀신 작전에 말려들어 멸족을 당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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