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속담풀이<아편>-13~24
13- 약질이 살인 낸다 풀이: 약해보이는 사람이 뜻밖에 엄청난 짓을 하더라.
춘추시대 오나라의 요리는 5척 단구에다 바람이 앞에서 불면 뒤로 쓰러지고 뒤에서 불면 앞으로 쓰러질 정도로 몸이 가날펐지만 천하장사 경기를 짧은 창으로 찔러 죽였다고 한다.
14- 약한 다리에 침이 간다 풀이: 약자를 도와주고 싶어하는 것이 인심.
옛날에 관아에서 가장 낮은 계급이 관비인데 이 관비에도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기생이고 또 하나는 급비였다. 기생은 비록 가난해도 모두 돌봐주는 이가 있지만, 급비는 삼베옷 을 입고 밤에는 물 긷고 새벽에는 밥 짓느라 쉴새없이 분주해도 대개 용모가 추해서 돌봐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어진 사또들은 불쌍한 급비에게 잘해주었다고 하나.정약용은 이렇게 말했다. "수령이 갈려서 돌아가는 날, 성의 남문 밖에서 기생은 좋아라고 웃고 급비는 눈물을 흘리며 울어야 현명한 수령이라 할 수 있다."
15- 양천 원님 죽은 말 지키듯 풀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우두커니 바라보고만 있는 모습.
옛날 강화 땅에 벌대춘이란 희한한 말이 있었다. 이 말은 임금이 거둥하면 임금을 따라 서울에 갔다가 저 혼자 스스로 강화에 내려오곤 했다. 임금이 끔찍히 사랑한 나머지 이 말의 죽음을 알리는 자는 무조건 사형에 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어느 해 이 말이 서울에 올라갔다가 돌아가는 길에 양천 벌(지금의 서울시 양천구)에서 병사했으나 아무도 이 사실을 임금에게 알리지 못하였고 양천 원은 난처해서 며칠 동안 우두커니 바라보기만 했다. 지나가던 한 노인이 딱하게 여겨 지혜를 알려주었다. 양천 원은 노인의 지시대로 궁궐에 들어가 임금에게 아뢰었다. "말이 시골로 내려가다 양천 벌에 누웠습니다. 그런데 사흘 동안 일어나지도 아니하고 먹지도 아니합니다." "그래 죽었단 말이냐?" 임금이 죽었다는 말을 먼저 했으므로 일이 무사히 끝났다는 얘기.
16- 양푼 밑구녕은 자국이나 있지 풀이: 아주 빤빤한 사람을 욕하는 말. 옛날 양푼은 놋쇠를 두드려서 만들었으므로 밑구녕에 망치로 두드린 자국이 있다.
옛날에 늙은 홀아비가 나이를 속이고 장가를 갔다. 그러나 첫날밤을 치르고 난 다음날 색시가 울고 불고 야단이 나서 장인이 사위를 불렀다. "자네 나이가 몇인가?" "네, 사면으로 스물입니다." 장인은 놀라서 "아니, 사면으로 스물이라면 팔십이 아닌가?" 하며 뒤로 넘어졌다. 그랬더니 사위란 놈은 "장인 어른, 제가 비록 나이는 먹었지만 올해는 넘길 것 같으니 과히 염려는 마십쇼." 하더란다.
17- 어둑서니는 올려다볼수록 크다 풀이: 어둑서니는 어두운 밤에 겁을 먹고 혼자 상상으로 만들어낸 귀신. 지레 겁을 먹으면 조그만 빗자루가 전봇대만한 도깨비로 커진다.
옛날에 한 나무꾼이 산에 나무하러 갔다가 범이 교미하는 것을 보고 너무너무 웃음이 나와서 웃고 있노라니까 범이 "임자, 집에 가서 나 X했다는 말 아무한테도 하지 말라. 만일에 했다가는 잡아먹을 테니까!" 하고 을러댔다. 나무꾼은 말 안하겠다고 하고서 집에 돌아왔는데 범 생각이 나서 안 웃을래도 안 웃을 수가 없어서 혼자 웃고 있었다. 웃는 것을 본 색시가 "왜 혼자 웃어요?" 하고 물었다. 그렇지만 말했다가는 범한테 잡혀갈 것 같아서 이 사람은 말하지 않고 웃기만 했다. 그런데 색시가 자꾸 말하라고 성화를 대서 할 수 없이 범이 X하는 걸 봐서 웃음이 나서 웃는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때 마침 범이 이 집 부엌에 와 있다가 나무꾼이 저희 색시에게 말하는 것을 듣고 "다른 사람보고 절대로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말한다. 너 나오기만 하면 잡아먹겠다." 하며 으르렁거렸다. 이 사람은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부들부들 떨었다. 다음날 이 사람은 산에 나무를 하러 가야겠는데 갔다가는 범한테 잡혀 먹힐 것 같아서 가지도 못하고 마당에서 서성거리며 근심을 하고 있었다. 그때 마침 토끼 한 마리가 지나가다가 이 사람보고 무슨 근심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 사람은 범이 X하는 거를 봤는데 딴 사람 보고 말하지 말라는 거를 우리 색시에게 말했더니 범이 와서 듣고 잡아먹겠다고 해서 나무하러도 못 가고 근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끼는 그 말을 듣고 "그까짓 거 뭘 근심하는가? 임자가 나무할 때 범이 나와서 잡아먹겠다고 하면 내가 도와주겠다." 하며 산으로 가라고 했다. 나무꾼은 지게를 지고 도끼를 들고 앞에 가고 토끼는 포수처럼 까만옷을 입고 부지깽이를 들고 멀찌감치 떨어져서 뒤따라 갔다. 산에 가서 이 사람은 나무 등걸(밑둥과 뿌리)을 패고 있는데 아니나다를까 범이 나와서 잡아먹겠다고 했다. 그때 토끼가 부지깽이를 메고 "뭐야, 뭐야?" 하며 왔다. 범은 포수가 총 메고 오는 줄 알고 지레 겁을 먹고 급해 맞아서 땅에 납짝 엎드리며 "범 아니고 등걸이라고 해라." 하고 속삭였다. 토끼가 가까이 와서 "이게 뭐냐?" 하고 물었다. 나무꾼은 "등걸이야." 하고 말했다. 그러니까 토끼가 "이게 정말 등걸이면 도끼로 패봐라." 하고 말했다. 나무꾼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 망설이고 있는데 범은 들킬까봐 "패라. 패라." 했다. 이 사람은 도끼로 범의 대갈통을 팼다. 이렇게 해서 범은 허무하게 죽었다고 한 다.
18- 어머니가 반 중매쟁이가 되어야 딸을 살린다 풀이: 과년한 딸을 시집 보내려면 어머니가 백방으로 주산하고 애써야 한다는 말.
옛날에 봉산 고을 이방이 이쁜 딸을 두고 이인 사위를 고르는데 사위 취재가 너무 까다로워서 팔구년이 지나도록 합격하는 사람이 없었다. 문제는 궤짝 세 개에다 각각 물건을 넣어놓고 이 물건이 무엇인지 알아맞추는 것인데 귀신이 아닌 이상 알 턱이 있나? 딸은 점점 나이를 먹어가고 몸이 달은 어머니는 사윗감으로 찍어놓은 황천왕동이를 몰래 찾아가서 답을 가르쳐 주었다. 황천왕동이는 사위 취재를 보러 가서 단정히 앉아 두 손을 맞잡고 한 동안 있다가 외면하고 혼자말 하듯 "붉은 궤짝에는 붉은 팥이 한 낱, 누런 궤짝에는 누런 콩이 아홉 낱, 흰 궤짝에는 목화가 아홉송이." 하고 지껄이는 동안에, 이방이 말은 고사하고 숨소리도 없이 듣고 있다가 천왕동이 입에서 마지막 말이 떨어지자마자 벌떡 일어나 안문을 박차고 맨발로 뛰어들어가며 "여보 마누라, 사위를 얻었어!" 하고 큰소리를 지르더란다.
19- 얼음에 박 밀듯 풀이: 얼음 위에 바가지를 놓고 밀면 부드럽게 미끄러져 나간다. 거침없이 매끄럽게 나가는 모습.
임진왜란 직전 우리나라의 삼 천재로는 정언신, 유성룡, 권율을 꼽았다. 그런데 이 세사람이 습진(군대연습)시간을 어기자, 병조판서인 이후백이 이런 자들이 무슨 천재인가 하고 노발대발하여 세 사람을 옥에 가뒀다. 이후백은 사실 이 세 사람은 정말로 따끔하게 가르치고 싶어 옥에 가둔 것인데, 갇힌 세사람은 정말로 군법의 시행을 받아 죽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 이후백은 옥에 갇힌 그들 에게 여섯권으로 된 경국대전을 한질씩 주며 "이 책 한질을 닷새 안에 능히 외우는 자는 살 것이요, 그렇지 못한 자는 살지 못할 것이다." 하고 으름장을 놓았다. 세 사람은 닷새 동안 죽자하고 외웠다. 그러나 닷새 후에 이후백 앞에 나와 외울 때는 세 사람 다 더듬거렸다. 이후백은 다시 노기를 띄고 "닷새 동안에 책 여섯 권쯤도 못 외우고서야 무슨 인재란 말이냐? 그러고도 살기를 바라느냐? 다시 닷새 여유를 줄테니 이번에는 이 책 한질을 다 외워 오너라." 하며 동국여지승란 한질씩을 주었다. 세 사람은 다시 옥 속으로 돌아와 죽기 살기로 외웠다. 책 권수가 저번보다 훨씬 많았지만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판이라 죽지 않으려면 외우지 않을 수 없었다. 닷새 후. 나이 많은 정언신과 총기없는 권율도 제법 줄줄 외웠으니 나이도 젊고 총기도 좋은 유성룡이야 '얼음 위에 박 밀듯' 쭉 내려 외울 수 있었다. 그후 세월이 흘러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조정 대신들은 우왕좌왕했지만 유성룡과 권율만큼은 그때 수십권 책을 외운 덕분에 우리나라 각지의 사정을 훤히 꿰고 있었으므로, 유성룡은 조정안에서, 권율은 전선에서, 7년에 걸친 긴 전쟁을 꾸려나갈 수 있었다. (정언신은 임진왜란 전에 죽었다.) 그제서야 두 사람은 돌아가신 이후백 판서에게 감사했다고 한다. *경국대전은 우리나라의 법제를 기록한 책이고 동국여지승람은 각 고장의 물산과 인력을 자세히 기록한 지리서.
20- 엎지른 물 풀이: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일.
옛날에 한 선비가 책 읽기를 너무 좋아하다 보니 답답한 구석이 없지 않아 좀 있었다. 하루는 아내가 마당에 곡식 멍석을 펴놓고 선비보고 잘 보라고 이르고는 밭으로 나갔다. 그날 소나기가 왔는데 선비는 곡식멍석이 떠내려가는 줄도 모르고 책만 읽고 있었다. 밭에 나갔다 들어온 아내가 "곡식이 떠내려가는 줄도 모르는 사람을 내 어찌 믿고 살겠는가!" 하고 한탄하며 집을 나가겠다고 했다. 선비는 가고 싶으면 가라고 했다. 그래서 아내는 집을 나갔다. 몇년 안가서 선비는 과거에 급제했는데 벼슬을 살러 가는 길에 먹을 것이 없어 길가에서 돌피를 훑고 있는 옛 아내를 만났다. 아내는 달려와 다시 같이 살자고 했다. 그러나 선비는 물 한 동이를 가져오래서 그 물을 다 엎질러 놓고 "이 물을 다시 담으면 살지." 하더란다. *강태공과 그 부인한테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21- 여든에 죽어도 구들 동티에 죽었다지 풀이: 여든에 죽었으면 자연사한 것인데도 사람은 꼭 무슨 핑계를 붙이기 좋아해서 있지도 않은 구들 동티가 나서 죽었다고 떠들어댄다는 뜻. 동티는 귀신을 노하게 해서 받는 벌인데, 구들 에까지 귀신이 있을 리 없으니 구들 동티는 말하자면 있지도 않은 동티.
옛날에 한 여자가 걸핏하면 무당을 데려와서 굿하고 경 읽고 손비빔을 해싸서 집안이 조용할 날이 없었다. 남편이 어떻게 하면 마누라 버릇을 고칠까 고민하다가 하루는 밤 한개를 입에 물고 "갑자기 오른쪽 뺨이 부어서 아파 죽겠어." 하며 이불을 쓰고 누워버렸다. 여자는 당장에 무당한테 쫓아가서 점을 쳤다. 무당은 "저번에 뒷간을 고쳐서 나무 동티가 나서 그러니까 손비빔을 하라." 고 일러줬다. 마누라는 부리나케 돌아와 윗목에다 상을 차려 놓고 손을 비비면서 중얼 거리고 있었다. 남편은 이것을 보고 벌떡 일어나서 입에 물었던 밤을 꺼내놓으며 말했다. "이것이 나무 동티여? 무슨 나무 동티가 나서 볼태기가 부었다고 야단이여?" 여자는 무색해서 그 다음부터는 무당을 가까이 하지 않았다고 한다.
22- 연작이 대붕의 뜻을 어찌 알리오 풀이: 좀스런 무리들이 어찌 큰 사람의 뜻을 알겠는가?
옛날에 서인과 남인의 당파 싸움이 심하던 시절, 송시열은 서인의 우두머리요, 허목은 남인의 우두머리로서 둘은 원수지간이었다. 송시열이 소시적부터 속병이 있어서 어린애 오줌을 늘 받아먹었는데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 동변의 보개미(거품)가 장속에 쌓여서 큰 병이 되어 가지고 어떤 약을 써도 낫지 않았다. 그런데 허목은 학문도 높았지만 의술에도 깊은 조예가 있었다. 송시열은 허목 아니면 자기 병을 고칠이가 없다는 것을 알고 아들을 불러 허목한테 가서 약방문을 받아오라고 했다. 허목은 병증세를 적은 종이를 보더니 비상 세돈중을 물에 타서 먹이고 등을 세번 세게 치라고 했다. 약방문을 받아본 송시열은 허목의 처방대로 하라고 했다. 그러나 아들은 허목의 처방을 의심하여 비상 두돈중을 타서 먹이고 등을 세게 치지 않고 가만가만 쳤다. 그랬더니 무슨 핏덩어리가 목에서 나오고 송시열의 병은 조금 나았다. 만일 이때 처방전대로 비상 세돈중을 먹이고 등을 세게 쳤더라면 오줌 보개미가 덩어리째 나와서 송시열의 병은 완전히 나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송시열은 얼마 더 못살고 죽었다고 한다. 옛날 사람들은 서로 원수로 여기고 미워해도 서로의 인품을 믿고 쩨쩨하게 속이는 짓도 안했고 상대가 속이리라고 생각지도 않았다는 얘기.
23-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 풀이: 진짜 사람 마음 속은 모른다.
이성계 이태조가 왕비와 영의정과 함께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각자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자고 했다. 영의정은 걱정이 되어서 정말 아무 말이나 해도 괜찮냐고 물었다. 이성계가 무슨 말을해도 탓하지 않을 테니 숨김없이 얘기하라고 하니까 영의정은 용상을 가리키며 "저 자리에 올라갔으면 좋겠습니다." 하고 말했다. 이성계는 그러냐면서 왕비에게 말하라고 했더니 왕비는 "잘 생긴 남자의 품에 안기는 것이 소원입니다." 하고 말했다. 이성계는 두 사람 말을 다 듣고 나서 "나는 신하들이 뭘 갖다주면 그게 그렇게 좋더라." 고 하더란다.
24- 열두 살 적부터 서방질을 하여도 배꼽에 좆 박는 건 처음 보겠다 풀이: 내 지금까지 별라별 일을 다 겪어 봤어도 이렇게 경우 없는 꼴은 처음 보겠다.
옛적에 미련한 총각이 있었는데 그 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장가 가서 첫날밤에 그거를 한다는 것은 알아서 발가벗고 신부 배 위에 올라 타고 이렁 저렁 하는데 그만 물건이 어떤 구멍으로 쑥 들어갔다. 신랑 녀석은 그만 깜짝 놀라가지고 "이거 사람 죽이는 거구나!" 하고 뒤도 안 돌아보고 저희 집으로 도망쳤다. 신랑은 한 이삼일 지난 뒤에 가만히 장가간 마을로 가서 엿보고 있는데 마침 한 노파가 나와서 돌아다니니까 신부네 집을 가리키며 물었다. "보이소. 저 집 일전에 시집간 새댁이 뱃가죽 뚫려 죽었단 말 못 들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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