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풀이-소개**

2011. 3. 5. 15:20″``°☆아름다운글/◈옛속담풀이


  (우리말의 정수, 속담 이야기)
                나를 살려준 속담

       글을 내면서

  oooo년 여름, 저는 지리산에 혼자 갔다가 만복대 근처에서
  길을 잃고 몇 시간 동안 헤매며 죽을 고생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속담에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라.'고 했는데
  바로 이게 사람을 살리는 말이로구나!
  한달에 단 한 명만이 지나가는 길이 있다고 치자.
  일년이면 12명이 지나갈 테고 우리나라
  역사를 5천년으로 치면 그동안 최소한 6만 명이 지나갔을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희미한 길이라도, 길로 다니는 것은 길이 아닌 곳으로
  다니는 것보다 6만 배는 현명하다!
  그날 저는 속담이 수많은 사람들의 뼈저린 체험담이라는 것을 깨닫고
  속담을 통해 인생과 세상을 다시 보리라 마음먹었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로 우선 남북한에서 나온 속담사전을
  세권쯤 구해 읽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우리 속담이 많기도 많더군요.
  이기문 선생이 쓴 속담사전에는 7천여 개, 북한에서 나온 사전에는 8천여 개!
  그렇지만 비슷비슷한 속담이 많아서
  남북한 사전에서 중요한 것을 추려보니 2천여 개.
  저는 그것을 천원짜리 수첩에다 깨알같이 적어 갖고 다니며 전철에서건,
  버스에서건, 시간이 날 때마다 외웠습니다. 그런데 '가'부터 외우면
 '하'를 잊어먹고 거꾸로 '하'부터 외우면 중간을 잊어먹고 해서
  자가용 10부제를 실시하는 것처럼 날짜별로 나눠서 외웠습니다.
  그렇게 한 일년쯤 외우다 보니 이상한 버릇이 생겼습니다.
  어떤 자리에 가서도 입에서 속담이 툭툭 튀어나오는 것입니다.

  아무리 자제를 해보려고 해도 안되어서,
  그 다음부터는 아예 터놓고 속담을 썼습니다.
  이런 버릇 때문에 저는 지난 7년 동안 어느 자리에 가서나 많은 속담을 썼습니다.  

  그런데 제 속담을 듣고 좌중이 와! 하고 웃으면 속담을 정확하게 쓴 것이고,
  웃지 않거나 멀뚱한 눈으로 쳐다보면 틀림없이
  속담을 잘못 썼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몇년 전 어느 가을밤입니다. 저는 원래 맥주가 안 맞는 체질인데
  친구가 안국동 근처에 맥주집을 개업하여 할 수 없이 맥주를 마셨습니다.
  뒤가 급하여 친구와 작별하고 층계를 막 내려오는데 설사가 나왔습니다.
  이거 큰일 났습니다. 아무 여관이나 뛰어들어갔지만
  손을 내저을 뿐 받아주지를 않았습니다. 택시도 마찬가지.
  도무지 태워주지를 않는 겁니다. 미친 사람처럼
  손을 흔들자 연탄을 가득 실은 트럭이 섰습니다.
  사정 이야기를 하고 무조건 까맣게 쌓은 연탄 위에 올라탔습니다.
  맞바람이 찼지만 그게 문젭니까? 그런데 삼송리 검문소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헌병들이 트럭을 세우고 연탄 위에 올라앉은 저에게 총을 겨눈 것입니다.
  총구를 보니 아찔한데 그 순간 '오뉴월 닭이 오죽하면 지붕에 올라가랴'는
  속담이 생각나서,
 "나이 사십에 오죽하면 연탄 위에 올라탔겠소?"
  해놓고, 저간의 사정을 얘기하니 헌병들은 총을 버리고
  아스팔트 위에 때굴때굴 구르더군요.

  그러던 작년 가을쯤 속담을 혼자만 즐길 것이 아니라
  내가 애용하는 수첩을 책으로 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첩과 메모를 정리하여 몇 사람에게 보여줬습니다.
  그랬더니 쓸만하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뜻풀이 사전 같아서 재미가 없고
  지루하다는 사람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속담이 아무리 유익하다 하더라도 재미가 없어 읽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지요!
  그래서 속담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일년 동안 거의 두문불출하고 우리 구전설화를 비롯하여
  판소리 창본, 소설, 사화, 야담, 풍속지, 지리지 등 속담에 관계될 것 같은
  이야기는 닥치는 대로 읽었습니다.
  그 결과 속담의 유래나 쓰임새를 밝혀주는 이야기를 꽤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제가 쓰던 수첩과 여기저기 적어 놓았던 메모와 책갈피 속에
  접혀 있던 이야기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따라서 이 책은 학문적인 속담사전이 아니라 재미 위주의 속담 이야기 책입니다.   

  그러나 이 책을 사용하면 다음과 같은 좋은 점이 있다고 자부합니다.

  1. 자연스럽게 속담과 친해진다.
  2. 상황에 따라 적절한 속담이 술술 나온다.
  3. 대화가 부드러워지고 글이 잘 써진다.

     일러두기

  1. 속담의 해석은 말투, 어미까지 살려서 직역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습니다.
      이것이 기존의 속담사전과 다른 점입니다.
  2. 이야기는 우리나라 것을 주로 썼습니다만
      필요한 경우 중국의 고사를 참조했습니다.
  3. 이야기가 딸린 300 여 개의 속담 외에 '놓치기엔 아까운 속담'을
      장이 끝날 때마다 넣었습니다.
  4. 배열은 찾아보기 쉽게 가나다 순으로 했습니다만, 여백을 줄이기 위해
      몇 페이지 정도 앞 뒤에 들어간 경우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