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 박춘석
지금은 화분의 가능성입니다.
때가 되어 장미가 오면 장미가 되겠지요.
겨울이 오면 겨울이 되겠지요.
사람이 외출을 거두고 집이 되는 계절에
장미도 꽃을 거두었습니다.
나와 장미는 허락된 외출을 다 썼습니다.
집은 겨울이 되었습니다.
집은 사람의 얼굴과 장미의 꽃과 겨울의
혹한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느 것이 집의 얼굴이 될지는 비밀입니다.
집의 최초는 어둠이었습니다.
지금은 사람과 장미의 최초의 때입니다.
나는 얼굴을 얻기 위해 집으로 들었고
집은 꽃을 얻기 위해 나를 품었습니다.
집은 겨울의 얼굴을 담고 화분처럼
나와 장미를 심고 봄을 기다립니다.
나와 장미는 통제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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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석= 2002년 '시안' 등단.
시집 '나는 누구십니까?'. 2013년 요산창작기금 수혜.
〈시작 노트〉 나에게 집은 생을 생성하는 둥근 무덤. 삶을 키우는 화분.
삶을 살러 가는 꽃. 집과 나는 구분이 없네. 하여 입구와 출구가 하나인
뫼비우스의 띠. 집은 세상이며 세상 저편이네.
kookje.co.kr-2013-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