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2. 7. 06:38ㆍ″``°☆시들의모음/◈가슴의― 詩
강의 해탈
/ 김규태
강은 본래 흐르면서 스스로를 지키려는 견고한 고집이 있었다 한사코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으려 하지만 허물어진 것에 대한 추억은 처연하다
긴 참회의 길을 몸으로 재촉하면서 산산이 흩어지는 유혹을 견디는 원초적 믿음이 있었다
하구에 들어서면 강의 나신은 바다에 희석되지만 강의 인자, 강의 목소리, 강의 비애는 사라지지 않는다
태초의 꿈이 조각나 부서져도 그리운 그림자처럼 바다 안에 깊이 간직한다
-김규태 '강의 해탈'(시집 '흙의 살들'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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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태=1934년 대구에서 출생. 서울대 문리대 불문과 졸업. 1957년 《문화예술》誌와 1959년
《사상계》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 『철제 장난감』, 『졸고 있는』, 『들개의 노래』, 『흙의 살들』 등이 있음.
강이 발원지에서 흐르기 시작하여 바다에 이름은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 죽음에
이르는 과정과도 흡사한 점이 있다. 강이 처음부터 가진 '견고한 고집'과 '원초적
믿음'은 자신의 정체성과 무관할 수 없으며, 이를 좀 더 구체화해 보면 '강의 인자',
'강의 목소리', '강의 비애'가 되는 것이다. 이 셋 중 '강의 비애'는 다소 이질적인
요소인데, 그것은 '허물어진 것에 대한 추억'에서 파생된 정서의 일부라 보아진다.
강은 끝내 바다에 희석되고 말지만 자신의 정체성 안에 내재된 생명과도 같은 삶의
가치들, 곧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고집과 온갖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으려는 원초적
믿음만은 바다안에 깊이 간직하겠다는 것이다. 시인은 자신의 인생관을 강의 시종
(始終)을 통하여 형상화하고 있다. 시제로 내건 '강의 해탈'은 인간고로 가득 찬 세상을 뛰어넘으려는 시인 자신의 확고한 의지의 반영이 아니겠는가. 이해웅 시인 busan.com-2013-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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