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시가 아니다
◆이승훈◆
한양대 교수로 직장을 옮긴 1980년대 초
밤에는 김일성이 자신의 집을 폭파하겠다고 전화를 하고
밤새도록 지붕 위에 낯선 비행기가 떠 있다고
편지를 보낸 제자가 있었다
춘천교육대학을 중퇴하고 결혼에 실패한 그는
대학시절 서울 집을 간다며 계속 걸어간 적이 있지
어느 날은 그의 시집을 영국에서 출판하게 되었으니
선생님이 평론을 쓰셔야 한다는 편지도 보냈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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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1942~)강원도 춘천 출생
연세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
현대시 동인 시집 <사물(事物) A><인간들 사이에서>
1962 <현대문학>에 시 <낮> 외 2편이 추천되어 등단
1983 제29회 현대문학상 수상
이것은 시일까, 시가 아닐까? 시인은 망상증 제자를 소개한다. 밤마다 김일성의 협박을
받고, 영국에서 시집이 나온다는 제자다. 또 잠바를 입고 연구실로 찾아온 광주 청년의
얘기도 들려준다. 시인의 도시락을 싸온 청년이다.
1980년대 초, 우리는 군사 독재의 폭압에 눌려 조금씩 미친 채 그 시대를 견디고 살아남
았다. 독재자들은 죽거나 늙었거나 병들었다. 지금은 독재자 대신 수퍼 박테리아들이 기
승을 부린다. 에이즈, 에볼라, 사스의 대유행에서도 살아남았고, 메르스가 창궐하며 공포
속에서 산다. 그러나 메르스도 견디고 살아남을 것이다.
<장석주·시인>
joins.com/2015.07.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