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들
◆최문자◆
어머니를 꽉 쥐면
주르륵 눈물이 쏟아진다
주원료가 눈물이다
사랑을 꽉 쥐어짜면
쓰라리다
주원료가 꺼끌꺼끌한 이별이다
매일매일 적의를 품고
달려드는 삶을 쥐어짜면
비린내가 난다
주원료가 눈이 어두운 물고기다
CT로 가슴을 찍어보면
구멍 뚫린 흰 구름 벌판
주원료가 허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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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자=(1943~ )서울에서 출생. 1982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 졸업. 현대문학 박사.
시집으로 『귀 안에 슬픈 말 있네』, 『나는 시선 밖의 일부이다』등
저서로는 『시창작 이론과 실제』『현대시에 나타난 기독교사상의
상징적 해석』등 다수가 있음. 협성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및
제6대 협성대학교 총장 역임. 2008년 제3회 혜산 박두진 문학상,
2009년 제1회 한송문학상 수상.
걱정 말아요. 눈물은 다시 어머니가 되어 나타날 거예요. 꺼끌꺼끌한 이별은 포근한 사랑
이 되어 나타나고, 비린내는 향기로운 삶이 되어 나타날 거예요. 허공은 다시 뜨거운 가슴
드나들며 신생의 투레질을 하구말구요.
슬픔은 남김없이 기쁨이 되고, 아픔은 모두 쾌감이 될 거예요. 생명의 재료는 허망하지만
완성품은 경이롭죠. 바퀴벌레도, 민들레도, 석가모니도, 간디도 똑같은 품질의 산소와 탄소
와 수소를 썼다는군요. 아무것도 아닌 것들의 찬란함과 찬란했던 것들의 비천함이여.
시인 반칠환[시로 여는 수요일]
hankooki.com/2015/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