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를 알리는 종소리에
답답하고 가슴이 아파
지나가 버린 추억에
눈물만 흘리네
그리하여 나는
거센 바람에
여기저기
정처 없이 흘러다니는
낙엽 같아라.
-폴 베를렌 作 <가을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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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베를렌=(Paul Marie Verlaine, 1844~1896)
프랑스 시인 1844에 태어나 가난과 질병, 광기에
시달리며 ‘저주받은 시인’으로 살았다. 1894년
시인의 왕이 되었고 1896년에 사망했다.
프랑스어의 내밀한 음악성을 가장 잘 살려낸 시인이라는 폴 베를렌의 시다. 번역된 문장을
읽어도 음악성이 느껴질 만큼 그의 시는 리듬과 운율에 충실하다. 천천히 읽어 내려가면
그대로 노래가 된다.
프랑스 상징주의 문학의 선구자인 그는 이성을 뛰어넘는 `암시`를 통해 한 차원 높은 시를
써냈다. 이 시는 한때 사랑했던 여인의 이른 죽음을 접하고, 그녀의 장례식에 가면서 얻은
심상을 시로 쓴 것이다.
영원한 이별을 알리는 종소리를 들으며 베를렌은 눈물을 흘린다. 사랑이 떠나고 남은 자리
에 서 있는 그는 낙엽처럼 정처 없다. 바이올린이라는 악기의 선율은 가을과 잘 어울린다.
바이올린선율은 예리하면서 슬프고처연하다. 흡사 어느 늦가을 저녁에 부는 바람소리처럼.
[허연 문화부장(시인)][시가 있는 월요일]
mk.co.k/2015.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