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아침의― 詩(344)
-
**[아침의 시]맹문재-봄**
봄 -맹문재- 불타버린 낙산사에서 나도 모르게 미소 지으며 기념사진을 찍다가 이렇게 웃어도 되는가? 날이 저물어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연둣빛 촉을 틔운 봄이 낙산사를 품고 있었던 것이다 바늘구멍을 통과한 낙타가 쉬는 것처럼 편안한 얼굴 나는 그 모습이 좋아 폐허의 낙산사에서 ..
2013.03.17 -
**[아침의 시]김예강-저녁이 되기 아직 조금 전**
저녁이 되기 아직 조금 전 / 김예강 아마 쓰다듬어 주는 시간이 되겠지 쓰다듬어 준다는 것 나무 아래 서 있는 것과 같겠지 움푹한 발자국 나뭇가지 같은 두 팔 여리게 휘어진 등줄기를 가진 두 눈이 뭉게구름을 따라가는 것이겠지 두 눈이 뭉게구름을 바라보는 것 내 두 손이 내 얼굴을 ..
2013.03.10 -
**[아침의 시]이광석-조춘(早春)**
조춘(早春) / 이광석 아침, 일기예보가 목도리를 푼다 오후, 황사비가 천막을 친다 밤, 봄눈 같은 풍경화 한 점 내려놓는다 다람쥐 두 마리가 산사 소나무 아래 마주 앉아 바둑을 두고 있다 딱- 소리가 나자 바둑판이 갈라졌다 장고(長考)에서 눈 뜬 새벽이 백 반집으로 웃었다 노오란 햇살..
2013.03.09 -
**[아침의 시]김영탁-푸른 잎 하나가**
푸른 잎 하나가 / 김영탁 푸른 잎 하나 눈 시릴 때가 있다 푸른 잎은 햇살을 타고 날아가 유리창 하나 푸르게 하길 바란다 멀면서 가까워지는 바람 소리가 유리창에게 들어와 스스로 갇힌다 갇혀서 자유로운 소리는 푸르게 살아 움직이며 눈을 뜬다 ..
2013.03.06 -
**[아침의 시]문태준-맨 발**
맨 발 / 문태준 어물전 개조개 한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 속에 오래 잠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
2013.03.05 -
**[아침의 시]김백겸- 횃 불**
횃 불 / 김백겸 목련이 돋아나고 산수유가 피어나고 벚꽃이 불을 터뜨리기 시작해서 갑자기 봄이 무서워졌다 겨울이 히말라야 만년설처럼 녹지 않는 마음인줄 알았더니 눈물을 흘리는 눈사람처럼 시간이 저절로 녹아서 나무들의 뿌리와 줄기로 흘러가더니 희고 노랗고 붉은 횃불을 든 ..
2013.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