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아침의― 詩(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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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길상호-무당벌레**
무당벌레 -길상호- 손바닥에 올려놓은 무당벌레 차근차근 손금을 읽다가 사람의 운명이란 게 따분했는지 날아가버리고 만다 등껍질의 점처럼 선명한 점괘 하나 기다리던 내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불어가는 바람처럼 무심히 무당이란 이름도 버린 벌레, 나는 언제쯤 나에게서 훨훨 ..
2013.04.26 -
**[아침의 시]김경수-천국을 보다**
천국을 보다 / 김경수 살아있는 자의 눈은 천국을 본다. 아침 새 소리 밝은 햇살 붉게 물든 단풍잎 청솔나무 향냄새 천국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눈앞에 있었다. 천국은 살아있는 자들의 간절한 소망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내 곁에 있을 때 천국이었다. ----------------------------..
2013.04.24 -
**[아침의 시]문인수-달 북**
달 북 / 문인수 저 만월, 만개한 침묵이다. 소리가 나지 않는 먼 어머니, 그리고 아무런 내용도 적혀있지 않지만 고금의 베스트셀러 아닐까 덩어리째 유정한 말씀이다. 만면 환하게 젖어 통하는 달. 북이어서 그 변두리가 한없이 번지는데 괴로워하라, 비수 댄 듯 암흑의 밑이 투둑, 타개져..
2013.04.22 -
**[아침의 시]황동규-다대포 앞바다 해거름**
다대포 앞바다 해거름 / 황동규 해거름에 등 가장자리로 밀려난 좀보리사초들이 모래 위에 을씨년스럽게 서 있다. 뿌리를 채 감추지 못한 놈도 있다. 가래들이 서로 안으려다 말고 서걱거린다. 물가에 잠시 멈춰선 붉은어깨도요 석양이 맞바로 비치고 있다. 풀들의 마음 속까지 적시는 빛..
2013.04.20 -
**[아침의 시]손순미-밤의 백합화**
밤의 백합화 -손순미- 공중변소 다녀오는 밤길에 그것은 피어 있었다 나팔 같은 주둥이, 아니 가랑이 그것은 지루한 여름밤을 나팔 분다 나는 변소의 추억을 지우려 그것을 끌어당겼다 별이 지고, 비가 올 것인가 내가 누고 온 그것처럼 그것의 가랑이는 숨막히다 애인에게 버려진 지 오..
2013.04.17 -
**[아침의 시]김신용-명 화**
명 화 / 김신용 오래 비워둔 집 마당에 들어서면, 풀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 낫이 새처럼 날아올 그림 담징의 고찰 벽에 그려진 노송 그림처럼 낫이, 새처럼 날아와 앉을 그림. 낫이 새처럼 날아와 앉아 자신을 깨끗이 베어낼 그림 자신을 깨끗이 베어내어, 창문마다 바알갛게 불빛 익어..
2013.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