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행복한― 詩(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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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344>김희업-통증의 형식**
&#10;&#10; 통증의 형식 ◇김희업◇ 생각하지 않으면 아프지 않을 수도 있다 좁힐 수 없는 거리가 세상에 존재하듯 아프고 안 아프고의 차이는 아픈 차이 통증은 쪼그리고 앉아 오래오래 버티다가도 정들 만하면 어느 새 날아가는 바람둥이 새 순간을 제치고 몸속 한 획을 긋는 통증 ..
2014.12.05 -
**[행복한 시]<343>이제니-가지와 앵무**
가지와 앵무 ◇이제니◇ 가지가 있다 가지가 하나 있다 하나의 가지 뒤에 또 다른 가지 하나가 또 다른 가지 뒤에는 앵무가 하나 온다 앵무는 날아온다 날아와서 앉는다 가지 위에 가지 위에 가지런히 가지 위에 가지 위에 앵무 하나 가지 위에 앵무 둘 사라지지 않기 위해 나는 이곳에 가..
2014.12.03 -
**[행복한 시]<342>박승자-잠시**
잠 시 -박승자- 저녁을 짜게 먹었다 싶어 슬리퍼 끌고 슈퍼 가는 길 환하게 불 밝힌 슈퍼 문에 잠시 자리를 비우겠습니다, 주인 백 팻말이 손잡이에 걸려 있다 잠시라는 문구에 등 돌리지 못하고 발자국으로 보도블록 위에 꽃판을 만들고 있는데 잠시 만에 돌아올 수 있는 무언가를 많이도..
2014.12.01 -
**[행복한 시]<341>최금진-나의 손**
나의 손 ◇최금진◇ 과거는 토굴이었고, 손바닥엔 언제나 더러운 때가 끼어 있었다 이사를 다닐 때마다 친구들의 당돌한 악수가 무서웠다 학교에선 숙제를 안 해온 벌로 손바닥을 맞고 아이들은 입을 가리고 웃는 나를 계집애라고 놀렸다 그 손이 늙은 것이다 쩌릿쩌릿 경련도 오고, 각..
2014.11.29 -
**[행복한 시]<340>김왕노-아줌마는 처녀의 미래**
Elsa Huang-Image 아줌마는 처녀의 미래 ◇김왕노◇ 애초부터 아줌마는 처녀의 미래, 이건 처녀에게 폭력적인 것일까, 언어폭력일까. 내가 알던 처녀는 모두 아줌마로 갔다. 처녀가 알던 남자도 다 아저씨로 갔다. 하이힐 위에서 곡예하듯 가는 처녀도 아줌마라는 당당한 미래를 가졌다. 퍼질..
2014.11.26 -
**[행복한 시]<339>이광석-말소된 주민등록‘아버지’**
Anonimo Veneziano(베니스의 사랑)/Stelvio Cipriani 말소된 주민등록 ‘아버지’ ◇이광석◇ 등 굽은 세상 더 탓하지 말게 살다 보면 굽지 않은 일이 어디 있으랴 아버지의 등 굽은 허리 너도 벌써 보았겠지 쇠주 한 잔 품고 돌아온 어느 겨울 저녁 축 처진 어깨 너머 꽁초처럼 찍어 밟던 단 한 줄의..
2014.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