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행복한― 詩(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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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332>김종길-황락(黃落)**
황락(黃落) ⊙김종길⊙ 추분(秋分)이 지나자 아침 저녁은 한결서 늘해지고, 내 뜰 한 귀퉁이 자그마한 연못에서는 연밤이 두어 개 고개 숙이고, 널따란 연잎들이 누렇게 말라 쪼그라든다. 내 뜰의 황락을 눈여겨 살피면서, 나는 문득 쓸쓸해진다. 나 자신이 바로 황락의 처지에 놓여 있질 ..
2014.11.08 -
**[행복한 시]<331>신현수-봄바람이 달려와 내 눈물을 말려주니**
봄바람이 달려와 내 눈물을 말려주니 ◇신현수◇ 점심시간에 밥 빨리 먹으라고 성화를 부린 후 아이들 몇 명을 데리고 학교 앞 야산에 오른다. 핑계는 등산하면서 상담하기지만 실은 내가 더 가고 싶었다. 아이들은 계단 몇 개밖에 안 올랐으면서 힘들다고, 너무 가파르다고, 목마르다고 ..
2014.11.05 -
**[행복한 시]<330>박인환-목마와 숙녀**
목마와 숙녀 ◇박인환◇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生涯)와 목마(木馬)를 타고 떠난 숙녀(淑女)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傷心)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
2014.11.03 -
**[행복한 시]<329>황명자-먼 풍경**
먼 풍경 ◇황명자◇ 간월산 오르는 길, 입동 오기도 전에 마른 억새풀 서걱이더니 새싹 하나 불쑥 솟았다 길 잃은 어린 초록뱀이다 좁은 등산길 따라 꿈틀꿈틀 몸 옮기는 뱀은 차디찬 골짜기 돌무덤을 찾아들 터, 그조차도 여의치 못하면 얼어 죽을 수도 있으니 얘야, 겁먹지 마라 원래..
2014.11.01 -
**[행복한 시]<328>서효인-CITY100 다이어리**
CITY100 다이어리 ◇서효인◇ 등에 뜨거운 바람이 분다 번지가 여러 개인 골목이 길게 숨어서 휘파람을 분다 대실된 모텔에서처럼 길고 순한 알몸들이 끈끈하게 들러붙기 전에, 가야 한다 과속 방지 산맥을 넘고 넘어 달리는 오토바이의 다리는 볶은 양파의 깔깔한 교태에 있는 힘껏 취한..
2014.10.29 -
**[행복한 시]<327>이우성-이우성**
이우성 ◇이우성◇ 금요일 밤인데 외롭지가 않다 친구에게서 전화가 온다 집에 있는 게 부끄러울 때도 있다 줄넘기를 하러 갈까 바닥으로 떨어진 몸을 다시 띄우는 순간엔 왠지 더 잘생겨지는 것 같다 얼굴은 이만하면 됐지만 어제는 애인이 떠났다 나는 원래 애인이 별로 안 좋았는데 ..
2014.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