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행복한― 詩(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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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326>전영관-얼큰한 시월**
Richard Clayderman의 피아노 연주곡.. 얼큰한 시월 ◇전영관◇ 작년에 나, 뺨 맞았잖아 장성댐이 깊기는 깊더구만 가을이 통째로 빠졌는데 흔적 없고 조각구름만 떠다니더군 백양사 뒷산 정도야 그 남색 스란치마에 감기면 깜박 넘어가지 않겠어 뛰어들까 싶기도 한데 집사람 얼굴이 덜컥 뒷..
2014.10.24 -
**[행복한 시]<325>김경미-맨드라미와 나**
Richard Clayderman의 피아노 연주곡.. 맨드라미와 나 ◇김경미◇ 하루 종일 날씨가 흐리다 흐린 날씨는 내가 좋아하는 날씨 좋아하면 두통이 생기지 않아야 하는데 화단의 맨드라미는 더 심하다 온통 붉다 못해 검다 곧 서리 내리고 실내엔 생선 굽는 냄새 길에는 양말 장수 가득할 텐데 달력..
2014.10.22 -
**[행복한 시]<324>이승하-기도원의 아침 풍경**
기도원의 아침 풍경 ◇이승하◇ 절벽에 세워진 집이다 먼동이 터 오는 시각 저 아래 저잣거리 아직 조용하기만 한데 이 방 저 마루 깨어 일어난 사람들이 목소리 높여 기도하기 시작한다 제각각의 기도 내용과 손짓 갓난아기를 먼 나라로 보내고 온 미혼모 돈 벌러 나갔다가 노모를 굶겨 ..
2014.10.20 -
**[행복한 시]<323>윤재철-정전**
정 전 -윤재철- 교무실이 갑자기 정전이 되고 컴퓨터가 모두 꺼지니 금방 전기가 다시 들어오려나 얼마쯤은 자리를 지키고 있던 선생님들이 하나둘 일어서더니 서로에게 다가가 말을 걸기 시작합니다 더러는 손발 움직이며 맨손체조도 하고 그러고는 미안한 듯이 컴퓨터 때문에 대화가 ..
2014.10.18 -
**[행복한 시]<322>한경용-세련과 난감 사이**
세련과 난감 사이 겨울나무 사이로 ◇한경용◇ 오늘도 영등포역 버스 정류소에서 심야 버스를 기다린다. 자정이 되도록 세상과 싸우는 나를 태우기 위해 어둠을 밀치며 다가올 것이다. 버스가 먼저 숨이 막혀 떠나고 취객들에게 삶을 호소하는 여인들은 나뭇잎으로 떨어져 나갔다. 택시..
2014.10.16 -
**[행복한 시]<321>문태준-몸을 굽히지 않는다면**
몸을 굽히지 않는다면 ⊙문태준⊙ 노랗게 잘 익은 오렌지가 떨어져 있네 붉고 새콤한 자두가 떨어져 있네 자줏빛 아이리스 꽃이 활짝 피어 있네 나는 곤충으로 변해 설탕을 탐하고 싶네 누가 이걸 발견하랴, 몸을 굽히지 않는다면 태양이 몸을 굽힌, 미지근한 어스름도 때마침 좋네 누가 ..
2014.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