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행복한― 詩(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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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319>이경희-가을 프리즘**
가을 프리즘 ⊙이경희⊙ 댓돌에 내려서는 상긋한 가을 아침볕을 따라 돌아서는 해맑은 풀꽃의 얼굴 뽀얗게 건조한 마당의 씨멘트 색깔에서 풀 먹인 치마폭이 파릇이 살아나는 탄력에서 어머님의 손매디가 성큼하게 돋아나는 아픔에서 다홍고추를 다듬는 재채기 소리에서 깡마른 호박넝..
2014.10.10 -
**[행복한 시]<317>강웅순-대서(大暑)**
대서(大暑) ⊙강웅순⊙ 염소뿔도 녹는다는 소서와 입추 사이의 대서 황경(黃經)이 120에 이르면 물은 흙이 되고 흙은 물이 되며 풀은 삭아서 반딧불이 된다 장마에 돌도 자란다는 애호박과 햇보리 사이의 대오리 토용(土用)이 중복(中伏)에 이르면 씨앗은 꽃이 되고 꽃은 씨앗이 되며 태반..
2014.10.08 -
**[행복한 시]<318>김륭-쌀 씻는 남자**
쌀 씻는 남자 ⊙김 륭⊙ 쌀을 씻다가 달이 우는 소리를 듣습니다 밤을 밥으로 잘못 읽은 모양입니다 달은, 아무래도 몰락한 공산주의자들을 위한 변기통 같습니다 아내가 없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 줄 모르겠습니다 속이 시커멓게 탄 사내에게 고독이란 밥으로 더럽힐 수 없는 쌀의 언어..
2014.10.08 -
**[행복한 시]<317>천수호-나리꽃**
나리꽃.. -천수호- 여덟 살 때 나리꽃 화신을 본 적 있다 바위 뒤에 숨어서 긴 머리카락으로 맨몸을 가리고 있던 나리꽃 내려다보이는 사거리 바보식당을 가리키며 옷가방을 갖다달라던 암술이 긴 속눈썹 손에 꼭 쥐여 주던 쪽지도 나는 계곡으로 던져버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음박질..
2014.10.03 -
**[행복한 시]<316>안성덕-소문난 가정식 백반**
소문난 가정식 백반 ⊙안성덕⊙ 식탁마다 두서넛씩 둘러앉고 외따로이 외톨박이 하나, 일면식도 없는 낯선 사내와 나를 반 어거지로 짝 맞춰 앉힌다 놓친 끼니때라 더러 빈자리가 보이는데도 참, 상술 한 번 기차다 소문난 게 야박한 인심인가 싶다가 의지가지없는 타관에서 제 식구 아..
2014.10.01 -
**[행복한 시]<315>허 연-나의 마다가스카르1**
나의 마다가스카르1 ⊙허 연⊙ ―세월 하나 지나갔다 별자리가 천천히 회전을 하는 동안 우기가 뼛속까지 스며드는 동안 마다가스카르 항구에선 이해하지 못했던 노래가 가슴을 치고 사랑 하나, 서서히 별똥으로 떨어진다 나는 투항했던가 감당 안 되는 빗물이 길을 막아버린 오늘 나는 ..
2014.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