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행복한― 詩(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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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314>김용원-노래방에서**
노래방에서 ⊙김용원⊙ 일상이 지뢰밭처럼 느껴지는 날이면 아픈 상처로 절뚝거리며 노래방으로 간다 어느 노래인들 추억이 서려 있지 않을까 생의 모든 명제와 숙제들을 불러내어 네 박자에 모든 처분을 일임해 본다 남자라는 이유로, 어쩌다 마주친 그대, 해후 사랑했어요, 부산갈매..
2014.09.26 -
**[행복한 시]<313>김은경-얼룩무늬나비 떼**
얼룩무늬나비 떼 ⊙김은경⊙ 밤 빨래를 넌다 마당에서 백년을 산 플라타너스 검은 얼굴을 하고 바스락 바스락 수국 지는 소리 거기 희미한 그림자는 또 발에 차인 흐느낌 몸을 덮던 옷가지들 발가락엔 힘이 없고 목덜미에서 끊임없이 물방울이 떨어진다 일주일 치 삶이 견딘 중력의 힘은..
2014.09.24 -
**[행복한 시]<312>신미나-연**
연 -신미나- 아버지는 고드름 칼이었다 찌르기도 전에 너무 쉽게 부러졌다 나는 날아다니는 꿈을 자주 꿨다 머리를 감고 논길로 나가면 볏짚 탄내가 났다 흙 속에 검은 비닐 조각이 묻혀 있었다 어디 먼 데로 가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동생은 눈밭에 노란 오줌 구멍을 내고 젖은 발로 ..
2014.09.22 -
**[행복한 시]<311>이준규-있다**
있다 -이준규- 그것은 그럴듯하게 있다. 그것은 그럴듯하게 나무에 앉아 있다. 그것은 파란 모자를 쓰고 지팡이를 짚고 그럴듯하게 가고 있다. 그것은 책상 앞에 앉아 그럴듯하게 있다. 그것은 그럴듯하게 있다. 그것은 그럴듯하게 돌아가고 있다. 그것은 그럴듯하게 물을 빼고 있다. 그것..
2014.09.19 -
**[행복한 시]<310>주하림-작 별**
작 별 -주하림- 나는 그것들과 작별해도 되는 걸까 하지만 나는 그것을 향해 가요 ―배수아 ‘북쪽 거실’ 혐오라는 말을 붙여줄까 늘 죽을 궁리만 하던 여름날 머리를 감겨주고 등 때도 밀어주며 장화를 신고 함께 걷던 애인조차 떠났을 때 나는 사라지기 위해 살았다 발 아픈 나의 애견..
2014.09.17 -
**[행복한 시]정철훈-유리창 아이**
유리창 아이 ⊙정철훈⊙ 어느 해 가을 어머니는 고향집에 가보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집이 낡았을 테니 가봤자 마음만 상하실 거라고 대꾸했지만 구정 연휴에 슬며시 찾아간 외가는 스러진 흙담에 담쟁이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안채로 들어서다 말고 멈춰 선 것은 사랑채 먼지 낀 유리창..
2014.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