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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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단]김수환-빈집**
빈 집 ◇김수환◇ 목욕탕, 플라스틱 팔걸이의자 앞에 팔순 아비 몸을 씻는 육순 아들 분주하다 앙상한 생의 저녁에 멈칫대는 저 손길 황소바람 숭숭 뚫는 해지고 닳은 남루 굽은 기둥 서까래들, 힘 부치는 오두막 까무룩 잠기는 어둠 몇 겹이나 깊어졌나 뉘신지 참 고맙소만, 고물거리는 ..
2015.08.26 -
**[국제시단]이윤길-몽유해원도**
Gene (Violin & Cello) - Joe Hisaishi. 몽유해원도 ◆이윤길◆ 바다가 가슴 펴 이별을 자정하는 걸 항해는 시원의 품속이란 것 알았다 우주를 건너온 별빛 뱃전 스며들어 난바다 통과한 그리움 쟁이게 하고 남태평양 산호 모래알은 선지자처럼 찬란한 비늘 반짝거리며 흔들리는데 미크로네시아 시..
2015.08.21 -
**[가슴의 시]마종기-나이 든 고막**
< Serenade To Summertime - Paul Mauriat 나이 든 고막 ◆마종기◆ 싱싱하고 팽팽한 장구나 북같이 소리가 오면 힘차게 나를 불러주던 고막이 이제는 곳곳에 늙은 주름살만 늘어 느슨하게 풀어진 채 소리를 잘 잡지 못한다. 나이 들어 윤기도 힘도 빠진 한 겹 살, 주위에서는 귀 검사를 해보라고 ..
2015.08.17 -
**[가슴의 시]김해자-니가 좋으면**
니가 좋으면 ◆김해자◆ 가끔 찾아와 물들이는 말이 있다 두레박 만난 우물처럼 빙그레 퍼져나가는 말 전생만큼이나 아득한 옛날 푸른 이파리 위에 붉은 돌 찧어 뿌리고 토끼풀꽃 몇 송이 얹어 머시마가 공손히 차려준 손바닥만한 돌 밥상 앞에서 이뻐, 맛있어, 좋아, 안 먹고도 냠냠 먹..
2015.08.12 -
**[국제시단]김나원-언제 강원도에 살아 보겠어요**
언제 강원도에 살아 보겠어요 ◆김나원◆ 새벽 근무 목소리는 얼음처럼 명랑하다 언제 영하30도에 살아 보겠어요 윗옷 벗고 운동장 달리는 점호시간 계단식 앞산은 마추픽추 마추픽추 골짜기에 다시 눈이 쌓여 ..
2015.08.12 -
**[국제시단]정은정-황강**
황 강 ◆정은정◆ 은모래 맑은 몸짓 하늘빛 담아 돌아 으스름 달이 뜨면 솔바람도 흥에 겨워 연호사 풍경 소리도 운무로 승천하는 마음의 때 벗어내고 금빛 물에 젖으면 그리운 불씨들이 가슴을 활활 적셔 그 불꽃 강에 어리어 비상하는 새가 되네 -----------------------------------------------------..
2015.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