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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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단]김임순-시월**
시 월 -김임순- 하루해 꼭지 따면 물살처럼 급히 돌아 한 눈 팔 새 없이 거두고 비워낸다 들판은 자글거리며 지친 몸을 말린다 짙어진 그늘마다 바람 끝 감아 돌고 하늘이 아우르던 느티나무 붉은 물빛 떨어져 누운 그리움 아득한 봄날 저편 사는 일, 허덕이며 돌부리 채이는 일 눈 맞춰 가..
2015.10.19 -
**[가슴의 시]김춘수-바람**
바 람 ◆김춘수◆ 풀밭에서는 풀들의 몸놀림을 한다. 나뭇가지를 지날 적에는 나뭇가지의 소리를 낸다…. 풀밭에 나뭇가지에 보일 듯 보일 듯 벽공에 사과알 하나를 익게 하고 가장자리에 금빛 깃의 새들을 날린다. 일러스트/송준영 ------------------------------------------------------------- ▶김춘..
2015.10.19 -
**[가슴의 시]송종규-유리창**
유리창 ◆송종규◆ 누군가 또박또박 내 안으로 걸어 들어온다 누군가 내 눈을 감기고 누군가 내 입에 재갈을 물린다 엄청난 우레도 지나가고 잔잔한 미풍도 흘러갔다 얕은 계곡과 녹색 잎사귀들이 비스듬히 햇빛 쪽으로 기운다 어떤 후회나 흔들림도 없이 누군가 또박또박 내 밖으로 걸..
2015.10.13 -
**[행복한 시](013)이정주-방을 보여주다
방을 보여주다 ◆이정주◆ 낮잠 속으로 영감이 들어왔다. 영감은 아래턱으로 허술한 틀니를 자꾸 깨물었다. 노파가 따라 들어왔다. 나는 이불을 개켰다. 아, 괜찮아. 잠시 구경만 하고 갈 거야. 나는 손빗으로 헝클어진 머리를 골랐다. 책이 많네. 공부하는 양반이우. 나는 아무 말 않고 서..
2015.10.10 -
**[행복한 시]<012>김기택-수화**
수 화 ◆김기택◆ 두 청년은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 같았다. 승객이 드문드문 앉아 있는 버스 안이었다. 둘은 지휘봉처럼 떨리는 팔을 힘차게 휘둘렀고 그때마다 손가락과 손바닥에서는 새 말들이 비둘기나 꽃처럼 생겨나오곤 하였다. 말들은 점점 커지고 빨라졌다. 나는 눈으로 ..
2015.10.09 -
**[행복한 시]<011> 나해철-실없이 가을을**
최헌-가을비 우산속에 실없이 가을을 ◆나해철◆ 밥집 마당까지 내려온 가을을 갑자기 맞닥뜨리고 빌딩으로 돌아와서 일하다가 먼 친구에게 큰 숨 한 번 내쉬듯 전화한다 참으로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를 나눈다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니 좋다고 불현듯 생각한다 가을은 ..
2015.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