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1009)
-
**[국제시단]오은주-물의 마음-용담정에서**
물의 마음-용담정에서 ◇오은주◇ 생각도 길을 잃어 제자리만 헛도는 날 용담정* 계곡에 가 물소리를 읽는다 수면을 타고 흐르는 바람결도 함께 읽는다 겨울은 저만치 먼데 가슴 미리 한기 들어 '민심이 천심이라' 는 말씀 듣지 못해도 가야 할 제 길을 찾는 몸부림이 차갑다 한 시대의 변..
2015.03.24 -
**[가슴의 시]김행숙-타워**
타 워 -김행숙- 다음에 오는 열차처럼 15분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그때마다 나타나는 상냥한 그녀는 시간의 문지기 같다 누구라도 그녀를 사랑할 수 있다 관광객들은 정확한 곳에 줄을 서 있었다 빨간 소화기는 20세기 골동품 같다 사람들은 수초에 감긴 인어처럼 이상하고 신비해..
2015.03.21 -
**[행복한 시]<387>김연희-그이 얼굴**
그이 얼굴 ◇김연희◇ 돈이 없어서 힘들었다 맛있는 거 못 사 먹고 기저귀도 못 사고 갑자기 똑 떨어지니 어떡해 이럴 줄 몰랐는데 어떡해 난 몰라 ..
2015.03.19 -
**[국제시단]김분홍-옥수수**
옥수수 ◇김분홍◇ 그러니까, 줄을 잘 서라고 했잖아 가지런하게 선 줄 알고 보면 속에서 자란 응어리들 우리는 물방울이고 말랑말랑한 알맹이에 근접해 있어요 만났다 헤어지고 헤어졌다 만나면서 조직의 일원이 되어가요 매달려 살아가는 생존법을 습득하며 밝기가 다른 업무에 적응..
2015.03.19 -
**[행복한 시]<386>임경섭-반짝반짝**
반짝반짝 ◇임경섭◇ 무츠키가 다섯 살 되던 해의 일이었다 애벌레가 꿈틀거리는 가을이었고 달이 환한 밤이었다 무츠키는 부모와 함께 비탈진 솔숲 사잇길을 걷고 있었다 한손으로는 어머니의 검지를 쥐고 다른 손으로는 중지와 약지 사이에 잠든 잠자리의 날개를 끼워 든 채 무츠키는..
2015.03.16 -
**[가슴의 시]정희성-음지식물**
음지식물 ◇정희성◇ 음지식물이 처음부터 음지식물은 아니었을 것이다 큰 나무에 가려 햇빛을 보기 어려워지자 몸을 낮추어 스스로 광량(光量)을 조절하고 그늘을 견디는 연습을 오래 해왔을 것이다 나는 인간의 거처에도 그런 현상이 있음을 안다 인간도 별수 없이 자연에 속하는 존..
2015.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