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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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385>고이케 마사요-산양**
산 양 -고이케 마사요- 호타카의 깊은 산속 온천에서 산양과 마주쳤던 다섯 살 가을 산양은 발소리도 없이 다가와 자옥한 수증기 속에서 알몸인 나를 바라보았다 나도 산양을 물끄러미 맞바라보았다 무리에서 벗어난 산양과 외톨박이로 홀로 있던 나 나는 손으로 온천물을 떠서 산양을 ..
2015.03.13 -
**[행복한 시]<384>장석남-새떼들에게로의 망명**
새떼들에게로의 망명 ◇장석남◇ 1 찌르라기떼가 왔다 쌀 씻어 안치는 소리처럼 우는 검은 새떼들 찌르라기떼가 몰고 온 봄 하늘은 햇빛 속인데도 저물었다 저녁 하늘을 업고 제 울음 속을 떠도는 찌르라기떼 속에 환한 봉분 하나 보인다 2 누군가 찌르라기 울음 속에 누워 있단 말인가 ..
2015.03.11 -
**[국제시단]송정화-안과 밖**
안과 밖 -송정화- 나란히 걸어오던 두 사람 자판기 앞에 멈춰 서서 종이컵을 주고받는다. 손끝에서 잠시 마주쳤다가 오래 비껴가는 서로의 눈길 내가 바라보는 너는 안일까, 밖일까 궁금해 하는 동안 바닥엔 구겨진 종이컵들 무얼 담아 버렸는지 울룩불룩 속이 안 보이고 침묵도 버려두면..
2015.03.09 -
**[행복한 시]<383>정다혜-선물**
선 물 -정다혜- 갱년기 우울증으로 한동안 소식 끊겼던 친구, 갑자기 수다쟁이가 되어 첫눈처럼 찾아왔지 뭐예요. 깍쟁이 그 친구 갈빗집에서 밥까지 샀어요. 그 이유가 궁금한데도 그냥 싱글벙글 했지요. 무슨 이유가 있는지 무슨 비법이 있는지 따지듯이 묻자 마지못해 입을 열듯 선물..
2015.03.09 -
**[가슴의 시]김사인-둥근 등**
둥근 등 ◇김사인◇ 귀 너머로 성근 머리칼 몇을 매만져두고 천천히 점방 앞을 천천히 놀이터 시소 옆을 쓰레기통 고양이 곁을 지난다 약간 굽은 등 순한 등 그 등에서는 어린 새도 다치지 않는다 감도 떨어져 터지지 않고 도르르 구른다 남모르게 따뜻한 등 업혀 가만히 자부럽고 싶은 ..
2015.03.06 -
**[행복한 시]<382>유치환-춘신(春信)**
춘신(春信) ◇유치환◇ 꽃등인 양 창 앞에 한 그루 피어오른 살구꽃 연분홍 그늘 가지 새로 작은 멧새 하나 찾아와 무심히 놀다 가나니 적막한 겨우내 들녘 끝 어디 메서 작은 깃을 얽고 다리 오그리고 지내다가 이 보오얀 봄길을 찾아 문안하러 나왔느뇨 앉았다 떠난 그 자리에 여운 남아..
2015.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