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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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단]서상만-柴門에 서서**
柴門에 서서 ◆서상만◆ 앞산에 새소리 멎고 댓잎 뜨는 소리, 주렴 걷고 시문에 서니 낙백한 사방은 방외처럼 아득하고 화주 한 잔 따라놓고 내 육필 읊으면 눈앞에 떠오르는 고운야학孤雲野鶴 달뫼스님* 나도 거기 가 초석 깔고 때 늦은 시승詩僧이나 될까 *부산 천룡사 시인 이병석 스..
2014.10.20 -
**[아침의 시]문복주-애기능금**
애기능금 ◇문복주◇ 백 번 꽃 피우고 백 번 잎 떨구니 백년의 세월이 꿈같이 흘렀다 겨우 한 번 피었다 지는 꽃잎처럼 나는 왜 그리 슬픔도 많이 눈물도 많이 흘렸는지 그러나 우리의 사랑 위하여 천공(天空)의 일월(日月) 따다 꽃등 밝혀 놓았느니 사랑아, 어둔 밤길 더듬어 달려 오라 천..
2014.10.19 -
**[행복한 시]<323>윤재철-정전**
정 전 -윤재철- 교무실이 갑자기 정전이 되고 컴퓨터가 모두 꺼지니 금방 전기가 다시 들어오려나 얼마쯤은 자리를 지키고 있던 선생님들이 하나둘 일어서더니 서로에게 다가가 말을 걸기 시작합니다 더러는 손발 움직이며 맨손체조도 하고 그러고는 미안한 듯이 컴퓨터 때문에 대화가 ..
2014.10.18 -
**[맛있는 시]최정란-보름달**
< 보름달 ◇최정란◇ 누가 저 늪을 하늘에 파놓았을까 어떤 바람이 그 속을 들여다보려고 애쓰다가 헛되이 변죽만 울리고 지나가는지 쉼 없이 흔들리는 금빛 윤슬 소금쟁이처럼 가볍게 물을 건너지 못하고 물가에서 신발을 벗었다 신었다 하는 동안 얼마나 많은 물길이 저 고요 속으로..
2014.10.18 -
**[행복한 시]<322>한경용-세련과 난감 사이**
세련과 난감 사이 겨울나무 사이로 ◇한경용◇ 오늘도 영등포역 버스 정류소에서 심야 버스를 기다린다. 자정이 되도록 세상과 싸우는 나를 태우기 위해 어둠을 밀치며 다가올 것이다. 버스가 먼저 숨이 막혀 떠나고 취객들에게 삶을 호소하는 여인들은 나뭇잎으로 떨어져 나갔다. 택시..
2014.10.16 -
**[가슴의 시]손택수-수평선**
수평선 ◇손택수◇ 무현금이란 저런 것이다 두 눈에 똑똑히 보이지만 다가서면 없다, 없는 줄이 퉁 퉁 파도소리를 낸다 시퍼런 저 한 줄 양쪽에서 짱짱하게 당겨진 밤이면 집어등이 꼬마전구들처럼 켜져 찌릿찌릿 전기가 흐르는 저 한 줄, 바다 한가운데 드니 구부러져 둥근원이 되었다 ..
2014.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