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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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332>김종길-황락(黃落)**
황락(黃落) ⊙김종길⊙ 추분(秋分)이 지나자 아침 저녁은 한결서 늘해지고, 내 뜰 한 귀퉁이 자그마한 연못에서는 연밤이 두어 개 고개 숙이고, 널따란 연잎들이 누렇게 말라 쪼그라든다. 내 뜰의 황락을 눈여겨 살피면서, 나는 문득 쓸쓸해진다. 나 자신이 바로 황락의 처지에 놓여 있질 ..
2014.11.08 -
**[맛있는 시]변종환-별 하나**
헨델 트럼펫 협주곡i.largo 별 하나 -변종환- 점멸하는 삶은 아름답다 나를 닮은 별 하나 탄생별이라 부를까 쓸쓸한 밤에 우화처럼 웃자란 생각으로 썼다가 지우고 또 다시 쓰는 순식간의 이야기 혼자서 지어두었던 저 별의 이름 그늘을 키우며 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눈빛 기억해 두어라 ..
2014.11.08 -
**[행복한 시]<331>신현수-봄바람이 달려와 내 눈물을 말려주니**
봄바람이 달려와 내 눈물을 말려주니 ◇신현수◇ 점심시간에 밥 빨리 먹으라고 성화를 부린 후 아이들 몇 명을 데리고 학교 앞 야산에 오른다. 핑계는 등산하면서 상담하기지만 실은 내가 더 가고 싶었다. 아이들은 계단 몇 개밖에 안 올랐으면서 힘들다고, 너무 가파르다고, 목마르다고 ..
2014.11.05 -
**[국제시단]정해송-가을 초상화**
가을 초상화 ◇정해송◇ 서화백은 앓던 처를 정양원에 보내놓고 이 가을 금간 채로 우울증 골이 깊어 감청색 구레나룻도 갈꽃처럼 바래갔다 약봉지 뜯어내면 별빛같이 시린 알약 떠나간 시간들을 물그릇에 받아들면 허공이 뿌리 내리고 낮달처럼 뜨는 얼굴 풀벌레 울음소리 은하 따라 ..
2014.11.03 -
**[행복한 시]<330>박인환-목마와 숙녀**
목마와 숙녀 ◇박인환◇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生涯)와 목마(木馬)를 타고 떠난 숙녀(淑女)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傷心)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
2014.11.03 -
**[맛있는 시]정의태-새벽 그 이후**
새벽 그 이후 ◇정의태◇ 하늘 뒤쪽 나가 선 태양이 일출을 망설이고 있다 수평선은 접혀지지 않는다 늘 오는 여명이지만 바다가 세상에 달아 논 징표는 제 자리일 뿐 ..
2014.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