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싶은詩(162)
-
**[詩의 뜨락]이태수-멧새 한 마리**
Candlelight-Carl Doy 멧새 한 마리 ◇이태수◇ 앞마당의 계수나무 빈 가지에 앉아 있는 멧새 한 마리, 차츰 짙어지는 어둠살 뒤집어쓰며 지저귀기 시작한다 창을 열고 귀 기울이면 새는 어느새 어둠이 아닌 제 노래 속에 몸을 숨기고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제 둥지를 찾아들기 전에 오늘 하루..
2014.10.22 -
**[시있는 월요일]마더 테레사-마더 테레사의 기도**
마더 테레사의 기도 ⊙마더 테레사⊙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에서 나를 구하소서 칭찬받고자 하는 욕구에서 나를 구하소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에서 나를 구하소서 인기를 누리고자 하는 욕구에서 나를 구하소서 굴욕에 대한 두려움에서 나를 구하소서 멸시에 대한 두려움에서 나를 구..
2014.10.08 -
**[詩의 뜨락]신경림-날개**
날 개 -신경림- 강에 가면 강에 산에 가면 산에 내게 붙은 것 그 성가신 것들을 팽개치고 부두에 가면 부두에 저자에 가면 저자에 내가 가진 것 그 너절한 것들을 버린다 가벼워진 몸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나는 훨훨 새처럼 하늘을 나는 꿈을 꾼다 그러나 어쩌랴 하룻밤새 팽개친 것 버린 ..
2014.10.04 -
**[詩의 뜨락]위선환-허공**
허 공 -위선환- 백지에다 긋는 밑줄 위는, 허공이다. 송곳니에 악물린 틈새기, 허공이다. 꾹 감고 견디는 깜깜한 눈구멍 속으로 나비 한 마리 팔락거리며 날아가는, 허공이다. 혼자 걸으며 호주머니 속에서 그러쥔 빈 주먹, 허공이다. 오랫동안 간절하더니 한참 동안은 그윽하더니 잠깐 동..
2014.09.27 -
**[詩의 뜨락]손택수-입술**
Jours En France(하얀 연인들)-Francis Lai 입 술 -손택수- 명옥헌 못에 숲이 비친다 숲은 제 그림자와 만나 도톰한 입술이 된다 떠가는 배 같고, 물고기 같고 산에 벚꽃 피면 일찍 뜬 달 같기도 한 아래와 위가 포개진 못 가장자리를 눈에 띄지 않게 달싹이고 있다 복화술사처럼 그 입술에 연지를 ..
2014.09.23 -
**[詩의 뜨락]천수호-바람의 뼈**
바람의 뼈 ⊙천수호⊙ 시속 백 킬로미터의 자동차 창밖으로 손 내밀면 병아리 한 마리를 물커덩 움켜쥐었을 때 그 느낌 바람의 살점이 오동통 손바닥 안에 만져진다 오물락 조물락 만지작거리면 바람의 뼈가 오드득 빠드득 흰 눈 뭉치는 소리를 낸다 저렇듯 살을 붙여가며 풀이며 꽃이며..
2014.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