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싶은詩(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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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의 시]고은-우린 길을 따라 간다**
우린 길을 따라 간다 ◆고 은◆ 이제 다 왔다고 말하지 말자 천리 만리였건만 그동안 걸어온 길보다 더 멀리 가야 할 길이 있다 행여 날 저물어 하룻밤 잠든 짐승으로 새우고 나면 더 멀리 가야 할 길이 있다 그동안의 친구였던 외로움일지라도 어찌 그것이 외로움뿐이었으랴 그것이야말..
2015.10.06 -
**[수요일의 시]문인수-달북**
달 북 ◆문인수◆ 저 만월, 만개한 침묵이다. 소리가 나지 않는 먼 어머니, 아무런 내용도 적혀 있지 않지만 고금의 베스트셀러 아닐까 덩어리째 유정한 말씀이다. 만면 환하게 젖어 통하는 달, 북이어서 그 변두리가 한없이 번지는데 괴로워하라, 비수 댄 듯 암흑의 밑이 투둑, 타개져 천..
2015.10.01 -
**[월요일의 시]이성복-삶은 힘이 세다**
삶은 힘이 세다 ◆이성복◆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날들이 흘러갔다 강이 하늘로 흐를 때, 명절 떡쌀에 햇살이 부서질 때 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날들이 흘러갔다 흐르는 안개가 아마포처럼 몸에 감길 때, 짐 실은 말 뒷다리가 사람 다리..
2015.09.21 -
**[수요일의 시]이경-사람의 바다**
사람의 바다 ◆이 경◆ 어떤 돈은 맡아보면 확 비린내가 난다 비 오는 날 우산도 사치가 되는 시장 바닥에서 썩어 나가는 고등어 내장 긁어낸 손으로 덥석 받아 쥔 천 원짜리 날비에 젖고 갯비린내에 젖고 콧물 눈물 땀에 젖은 그런 돈이 있다 등록금을 주려고 찬물에 씻어도 뜨거운 불에 ..
2015.09.17 -
**[시있는 월요일]이생진-바다, 우리들의 병원**
바다, 우리들의 병원 ⊙이생진⊙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
2015.09.16 -
**[수요일의 시]서윤규-두부**
두 부 ◆서윤규◆ 두부를 보면 비폭력 무저항주의자 같다. 칼을 드는 순간 순순히 목을 내밀 듯 담담하게 칼을 받는다. 몸속 깊이 칼을 받고서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 칼을 받는 순간, 죽음이 얼마나 부드럽고 감미로운지 칼이 두부를 자르는 것이 아니라 두부가 칼을 온몸으로 감싸..
2015.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