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싶은詩(162)
-
**[이 아침의 시]복효근-매화가 필 무렵**
매화가 필 무렵 ◇복효근◇ 매화가 핀다 내 첫사랑이 그러했지 온밤내 누군가 내 몸 가득 바늘을 박아넣고 문신을 뜨는 듯 꽃문신을 뜨는 듯 아직은 눈바람 속 여린 실핏줄마다 핏멍울이 맺히던 것을 하염없는 열꽃만 피던 것을… 십수삼 년 곰삭은 그리움 앞세우고 첫사랑이듯 첫사랑이..
2015.04.04 -
**[새로나온 詩]최명란-지퍼에게**
지퍼에게 ◇최명란◇ 내 몸은 언제나 당신의 정반대 방향에서 뜨겁고 잠이 깨면 당신과 나는 등과 등을 맞대고 있다 왜 그런가를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 하고 묻는다면 그건 질문이 아니다 당신이 지구를 한 바퀴 돌아 별이 되는 동안 꽉 물리지 않은 나는 오늘도 혼자 고꾸라진다 당신은..
2015.01.08 -
**[읽고싶은 시]정현종-한 사람이 온다는 건**
한 사람이 온다는 건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2015.01.01 -
**[한편의 시]최상준-동지 팥죽**
동지 팥죽 ◇최상준◇ 노루꼬리만 하게 낮이 제일 짧은 하루 동짓날 어머님 정성으로 빚으신 새알심 동동띄워 폭닥폭닥 끓인 자주색 팥죽 그 팥죽 한 그릇 먹고 하늘을 날고픈 어린 아이들 나이 한 살 더 먹은 들뜬 기분에 문패도 번지도 없는 세월이 팥죽을 주름으로 바꿔 히끗히끗 내천..
2014.12.22 -
**[수요일의 시]심언주-브래지어**
브래지어 ◇심언주◇ 아오한치 신후이의 한 마을에 있는 최소한 1천 년 이상 된 요나라 무덤에서 황금색 실크 브래지어가 발굴됐다. 천 년을 넘도록 봉긋하게 솟아 있는 브래지어. 살이 썩고 뼈가 내려앉아 감각이란 감각들 고분고분 흙으로 돌아가고 나서도 홀로 눅눅한 구석에 배를 ..
2014.12.18 -
**[목요일의 시]조문경-물꽃에 대해**
물꽃에 대해 ◇조문경◇ 소리치며 합친다 아무것도 알 수 없던 두 몸 고이 감춰두었던 살이 뒤엉킨다 희어진다 절정의 근육처럼 꿈틀거리며 터져 터져 터져 꽃 핀다, 아- 저 향기엔 골짜기에서 시작된 동자승 같던 눈빛에서부터 방금 전까지의 생애가 흩어지느니 꽃대도 없다 꽃받침도 ..
2014.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