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속담풀이<바편>-11~20**

2011. 3. 30. 11:07″``°☆아름다운글/◈옛속담풀이


옛 속담풀이<바편>-11~20


11.-버리댁이 효도한다
      풀이:버린 자식이 효도한다.

      옛날에 어떤 사람이 딸만 여섯을 낳았다.
      그는 딸이라면 지겨워서 머리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그런데 일곱 번째 낳은 애기도 딸이어서 뒷산 대밭에다 버렸다.
      지나가던 사람이 이 애기를 주워다 길렀는데
      버린 애기라고 해서 이름을 버리댁이라고 지었다.
      버리댁이는 열 다섯 살 나던 해 자기 출생의 비밀을 알고 집을 찾아간다.
      그러나 집에 도착해보니 아버지는 이미 삼년 전에 돌아가시고
      어머니마저 막 숨이 져서 언니들이 와서 울고 있었다.
      버리댁이는 언니들에게 어머니를 묶지도 말고 관 속에 넣지도 말라고 이르고는
      죽은 사람을 살리는 약을 구하러 떠난다.
      버리댁이는 밭가는 사람의 밭을 갈아주고, 베 짜는 사람의 베를 짜주고,
      머리 센 사람에게 자신의 검은 머리를 베어주고, 갖은 고생 끝에
      죽은 삶을 살리는 꽃 세 송이를 얻어서 집으로 돌아온다.
      뼈살이 꽃을 시체에 문질러서 뼈를 살리고, 살살이 꽃을 문질러서 살을 살리고,
      숨살이 꽃을 코에 대서 숨을 살려서 어머니를 살려냈다는 이야기.
     *바리때기 공주 이야기는 이 버리댁이를 공주로 승격시킨 것이다.

12.-버린 밥으로 잉어를 낚는다
      풀이:밑천을 들이지 않고 이익을 본다.

      옛날에 호랑이가 많은 산골에서는 겨우내 먹다 남은
      시어터진 깍두기로 호랑이를 잡았다고 한다.
      먼저 시어빠진 깍두기를 바가지에 담아 뒷마당 구석쟁이에 놓아둔다.
      호랑이가 먹을 것이 없나 하고 산에서 내려와서 이걸 보고 여지껏 못 보던 것이
      새로 나와 있으니까 깍두기를 한 두개 집어 먹어본다. 그 깍두기가 너무 시니까
     "아이, 시다." 하며 눈을 감고 머리통을 좌우로 흔들흔들 흔든다.
      이때 사람이 가만히 서서 잘 드는 칼날을 호랑이 얼굴에다 대고 있으면
      얼굴이 오리갈기 째진다. 그런 다음에 호랑이 꼬리를 잡고 망치로 뒷통수를 치면서
     "이놈!" 하고 소리를 지르면 호랑이는 놀라서 화다닥 뛰어나가는데
      알몸만 빠져나가고 가죽은 남는다.
      옛날 산골에서는 이렇게 시어빠진 깍두기로 호랑이를 잡았다고 한다.

13.-범 잡아먹는 담비가 있다
      풀이:아무리 강한 자에게도 무서운 천적이 있다.

      옛날에 한 여자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받고
      급히 고개 너머 친정으로 가게 되었다.
      그러나 고개 위에는 큰 범이 있어서 넘어갈 재간이 없었다.
      마침 생리때라 여자는 생각다 못해 머리를 풀어헤치고
      옷을 벗고 거꾸로 기어서 고개로 올라갔다.
      범이 보니까 이상한 짐승이 올라오는데 앞에도 입이 있고 뒤에도 입이 있고
      시커먼 꼬리 밑에 눈코가 달려있고 세로로 찢어진 입에는 무얼 잡아먹었는지
      시뻘건 피가 묻어 있고 생긴 것이 희한하거든. 범이 가만히 생각해보다가
     "야, 이게 범 잡아먹는 담비인가 보다."
      하고 너무 무서워서 꽁무니가 빠지게 도망갔다는 얘기.

14.-벙어리 예장 받은 듯
      풀이:말은 안하고 싱글벙글 웃기만 하는 모습.
     *예장:혼인 때에 신랑집에서 예단에 붙여 신부집으로 보내는 편지.

      예장을 받는 게 얼마나 좋은 것인지를 알려주는 얘기가 있다.
      처녀 하나가 시집을 가게 되었다. 한 열흘만 있으면 신랑 집에서 예장이 온다니까
      처녀는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렇지만 이 기쁜 마음을 남한테 말할 수는 없고 그렇지만 또
      말은 하고 싶고 해서 몸을 닳고 있는데 마침 뒷간에 가니 강아지가 앞에 와서 앉았다.
      처녀는 강아지한테
     "얘, 난 열흘만 있으면 신랑집에서 예장이 온단다." 하고 자랑했다.
      그때 강아지가 입을 벌리고 아앙 하고 짖었다. 그러니까 처녀는
     "아아흐레가 아니고 열흘이야." 했다.
      그래도 강아지가 아앙아앙 하고 짖으니까 처녀는
     "아이, 아아흐레가 아니고 열흘이야. 내가 너보다 더 잘 안다이." 하더란다.

15.-벼룩등에 여섯간 대청 짓겠다
      풀이:하는 짓이 좀스럽다.

      옛날에 강진 사또가 서울에 가서 아흐레를 있는 동안 매일 귤을 사먹었다.
      아전이 하루에 1전씩 내서 귤을 사오는데 1전을 내면 장사꾼은
      큰 귤 하나와 작은 귤 하나를 주었다. 귤을 사다주면 사또는 큰 귤을 먹고
      나머지 작은 귤은 따라간 통인 아이가 먹었다.
      그런데 강진에 돌아와서 아전이 장부에 9전을 기록하니 사또는 펄쩍 뛰었다.
     "나는 반만 먹었으니 5전만 달아놓아라."
      할 수 없이 아전이 통인 아이에게 4전을 물리자 아이는
     "제기랄, 이럴 줄 알았으면 먹지도 않았을 거요. 사또가 먹은 것이 어째 5전어치만 될까?"
      하고는 주머니에서 4전을 꺼내 침을 뱉고 던져주더란다.

16.-변죽을 치면 복판이 운다
      풀이:넌지시 암시를 주기만 해도 알아듣는다

      옛날에 무식한 형제가 서로 멀리 떨어져 살았다.
      하루는 형이 누룩이 필요해서 아우에게 편지를 보내는데 무식해서
      글로 써보내지는 못하고 종이에다 누룩을 큼지막하게 그려보냈다.
      아우가 형의 편지를 받아보고, 아하 형님이 누룩을 보내달라고 편지했구나 하고
      누룩을 구하려고 돌아다녔다. 그러나 좀처럼 구할 수가 없어서 
      누룩 그린 편지에다 작대기를 하나 쭉 그어서 보냈다.
      형이 받아보구선 "이놈 봐라. 누룩이 없다고 보내지 않는구나. 이놈 가만 안 두겠다."
      하고서 종이에다 빨간 점 파란 점을 드문드문 찍어보냈다.
      아우가 받아보고 "어허, 형님께서 누룩을 안 보내주었다고 성이 나서
      불그락 푸르락 하셨구나. 이거 안 되겠다." 하고
      백지에 다 항아리 하나하고 복숭아 하나를 그려서 보냈다.
      형은 답장을 받아들고 "흥, 제가 그러면 그렇지. 항복 안 할 수가 있나?"하며
      고개를 끄덕끄덕하더란다.

17.-보름달이 밝은 줄 몰랐더냐
      풀이:누구나 아는 사실을 몰랐더냐? 열달만에 아이 낳을 줄 몰랐던가.

      옛날에 까치가 높은 나무 위에 새끼를 낳아서 기르고 있는데
      건너 산골짜기에 사는 여우가 와서
     "새끼 한 마리를 주지 않으면 올라가서 너까지 잡아먹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까치는 무서워서 새끼를 내려보냈다.
      그 다음부터 여우는 날마다 와서 새끼를 빼앗아 먹는데 결국 새끼가 한 마리밖에
      남지 않자 까치는 '이것마저 빼앗기면 나는 어떻게 사나?'하고 슬피 울었다.
      지나가던 왁새가 왜 우느냐고 묻자 까치는 제 억울한 사정 얘기를 다 했다.
      왁새는 이 말을 듣고
     "야, 너 멍청한 놈이구나. 여우는 눈(누운) 낭구(나무)도 못 오르는데
      선 낭구를 어떻게 오르간? 넌 아직 그런 것도 몰랐단 말이냐?"
      까치는 그제서야 깨닫고 다음부터는 여우에게 새끼를 주지 않았다고 한다.

18.-보약도 쓰면 안 먹는다
      풀이:제게 이익이 되는 것도 당장 귀찮으면 싫어하는 것이 인간의 속성. 
     그러니 때로는 편법도 써야 한다는 뜻.

      석가모니의 가르침에 이런 게 있다.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는데 집에 불이 났다. 어른들이 소리를 질렀다.
     "불이야!"
      그러나 아이들은 장난에 정신이 팔려서 집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때 한 어른이
     "여기 더 좋은 장난감이 있다." 고 소리치자 아이들은 즉시 나오더라는 얘기.

19.-복은 누워서 기다린다
      풀이:복은 아글바글 속을 태운다고 오는 게 아니라 느긋하게 기다려야 온다.

      명종 때 김개라는 부자가 벼슬 한번 해보겠다고
      누에고치 2백석을 영의정 윤원형에게 바쳤다.윤원형은 낮술을 먹고 졸다가
     "이번 비인 고을에는..." 하고 서두를 꺼내놓고는 다시 졸았다.
      윤원형은 비어 있는 고을이란 뜻으로 말했지만 옆에서 받아 적던 서기는
      비인 고을로 알아듣고 비인현감 넉자를 써놓고
     "네, 비인 고을에는 누구를 쓰시겠습니까?" 하고 물었다. 윤원형은
     "고치... 고치..." 하고 다시 코를 골았다.
      원형은 누에고치를 바친 김개에게 빈 고을 한 자리를 줄 생각으로 한 말이었으나
      서기는 '고치' 라니 누구를 말하는가 하고 관원명부를 찾아보니
      제주 사람으로 참봉을 지낸 고치라는 사람이 있거든.
      그래서 이 사람인가보다 하고 발표를 해버렸다.
      꿈에도 생각지 않았던 고을 하나를 얻은 고치는
     "하하, 이래서 복이란 누워서 기다리는 법이라니까." 하더란다.

20.-부모 속에는 부처가 들어 있고 자식 속에는 앙칼이 들어 있다.
      풀이:부모는 무조건으로 자식을 사랑하나 자식은 불효할 따름이다.

      돌아온 탕자 이야기.
      아버지는 방탕한 자식이 돌아오니까 달려가 끌어안고 가장 좋은 옷과 신발을 신기고
      살찐 송아지를 잡아 잔치를 베풀어주었다.
      그러나 그 형은 밭에서 돌아오다가 집 가까이에서
      풍악 소리와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리니까 화가 나서 집에 들어가려 하지도 않았다.
      아버지가 나와서 달래자 큰아들은
     "나는 아버지 곁에서 뼈빠지게 일했건만 친구들과 즐기라고 염소 새끼 한마리 주지
      않으시더니, 창녀한테 빠져서 아버지 재산을 다 날려버린 동생이 돌아오니까
      그애한테는 살찐 송아지까지 잡아주시다니요!"
      하고 투덜거렸다. 아버지는 이 말을 듣고
     "얘야, 너는 나와 함께 있고 내 것이 모두 네 것이 아니냐? 그런데 네 동생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으니 잃었던 사람을 되찾은 셈이다.
      그러니 이 기쁜 날을 어찌 즐기지 않겠느냐?" 하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