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가슴의― 詩(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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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의 시]길상호-빗물 사발**
빗물(채은옥) - 폴모리아 악단 빗물 사발 ◇길상호◇ 아무런 기척도 없이 가랑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누가 거기 두고 갔는지 이 빠진 사발은 똑, 똑, 똑, 지붕의 빗방울을 받아 흙먼지 가득한 입을 열었다 그릇의 중심에서 출렁이며 혀가 돋아나 잃었던 소리를 되살려 놓는 것 둥글게 둥글..
2015.04.18 -
**[국제시단]전용신-봄 날**
봄 날 -전용신- 따스한 햇살 온기 언 뺨에 스며들고 간지러운 버드나무 새 눈 뜨는 그 소리에 강아지 긴 하품하며 마루에서 나온다. 아지랑이 길을 따라 신작로를 돌아가면 개나리 노란 꽃이 망울망울 피어나서 내 가슴 노란 물결이 파도처럼 출렁인다. -----------------------------------------------..
2015.04.13 -
**[가슴의 시]이규리-그 외 아무 생각도 없을 것이다**
그 외 아무 생각도 없을 것이다 ◇이규리◇ 어미 새가 먹이를 물어 새끼들 부리에 넣어줄 때 한 번에 한 마리씩 차례대로, 새끼는 새끼대로 노란 주둥이를 찢어질 듯 벌리고 기다릴 때 그 외 아무 생각도 없을 것이다 절명이 그렇게 온다면 입을 벌리고 한 생각만 집중한 채 그렇다면 한생..
2015.04.13 -
**[국제시단]최양숙-벚꽃 다 지기 전에**
벚꽃 다 지기 전에 ◇최양숙◇ 좋은 사람과 나란히 앉아도 좋고 마주 보고 앉아도 좋다 좋은 사람과 많은 말 주고받아도 좋고 아무 말 아무 움직임 없이 보고만 있어도 좋다 벚꽃 다 지기 전에 좋은 사람과 차 한 잔 나누고 싶다 나도 벚꽃처럼 하얀 마음이고 그도 벚꽃처럼 하얀 마음일 ..
2015.04.06 -
**[가슴의 시]박용래-고월(古月)**
고월(古月) ◇박용래◇ 유리병 속으로 파뿌리 내리듯 내리는 봄비. 고양이와 바라보며 몇 줄 시(詩)를 위해 젊은 날을 앓다가 하루는 돌 치켜들고 돌을 치켜들고 원고지 빈 칸에 갇혀버렸습니다 고월(古月)은. 일러스트/이철원 ------------------------------------------------------------ ▶박용래=(1925~1..
2015.04.05 -
**[가슴의 시]이성선-귀를 씻다 ―山詩 2**
귀를 씻다 ―山詩 2 ◇이성선◇ 산이 지나가다가 잠깐 물가에 앉아 귀를 씻는다 그 아래 엎드려 물을 마시니 입에서 산(山)향기가 난다 일러스트/김성규 -------------------------------------------------------------- ▶이성선(李聖善)=(1941~2001) 강원 고성 출생 1970년 문화비평에 [시인의 병풍]외 4편을 발..
2015.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