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가슴의― 詩(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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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의 시]신대철-無人島**
無人島 ◆신대철◆ 수평선이 축 늘어지게 몰려 앉은 바닷새가 떼를 풀어 흐린 하늘로 날아오른다. 발 헛디딘 새는 발을 잃고, 다시 허공에 떠도는 바닷새, 영원히 앉을 자리를 만들어 허공에 수평선을 이루는 바닷새. 인간을 만나고 온 바다, 물거품 버릴 데를 찾아 無人島로 가고 있다. ..
2015.07.20 -
**[가슴의 시]안주철-밥 먹는 풍경
Anonimo Veneziano(베니스의 사랑)/Stelvio Cipriani 밥 먹는 풍경 ◆안주철◆ 둥그렇게 어둠을 밀어올린 가로등 불빛이 십원일 때 차오르기 시작하는 달이 손잡이 떨어진 숟가락일 때 엠보싱 화장지가 없다고 등 돌리고 손님이 욕할 때 동전을 바꾸기 위해 껌 사는 사람을 볼 때 전화하다 잘못 뱉..
2015.07.14 -
**[국제시단]고명자-소식**
소 식 -고명자- 그늘 몇 평 펼치려는데 작은 바람에 크게 흔들리는 잎사귀들 무화과나무에도 마른장마가 들었다 손바닥이 저렇게 넓적해야 빗물이 잘 고이지 손바닥이 넓적해야 감싸 안을 수 있지 가뭄드니 입천장까지 말라 나뭇잎 문패를 따고 숨어든 빈집에서 무릎 세워 혼자 듣던 빗..
2015.07.13 -
**[국제시단]우아지-해녀 사설**
해녀 사설 ◆우아지◆ 내일도 안 되겠네 파도가 친다카네 용왕님요, 부탁하요 용왕제 올립미더 하늘이 해라꼬 해야 물에 들어갈 낀데 고향은 제주도지만 부산 오래 살다보이 아, 글쎄 부산 사람 다 됐다 아입니꺼 그 날도 어멍 그리워 갯바위에 앉았다가 물속에 드가는 거 저승 가는 맴인..
2015.07.06 -
**[가슴의 시]서정주-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서정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두..
2015.07.04 -
**[국제시단]조성래-관찰기**
관찰기 ◆조성래◆ 햇빛 맑은 봄날, 인근의 주민 서넛 호미와 괭이로 학교 뒤 공터에 밭 하나 일구어 구청직원 몰래 씨 뿌리고 가다. 그 씨앗들 까치가 반나절 파먹고 산비둘기 반나절 파먹고 어느 아침엔 참새 일가족 몰려와 요리조리 파먹고 저러다 씨앗 한 톨 남아나겠나 싶더니…… ..
2015.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