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아침의― 詩(344)
-
[아침의 시]최해진-누 님
누 님 / 최해진 꽃다운 열일곱 살 섬 도적떼 굴레 피해 서둘러 가마 타고 강골(江谷)로 시집갔네 지나간 그 많은 세월 돌아보면 꿈결이라 광목 바지저고리 빌린 갓 쓰고 오신 스물넷 서방님과 모진 일월 견뎠구려 누부야 부를 때마다 어머니를 봅니다 -시조집 '까치집'에서- ____________________..
2013.02.06 -
[아침의 시]이규열-레퀴엠-눈물 뼈
레퀴엠-눈물 뼈 / 이규열 이 세상에서 가장 늙은 거미가 짜왔던 성을 단 일순간에 부숴버리는 눈물 뼈 작은 슬픔 작은 감동에는 반응하지 못하는 눈물샘의 바닥에서 툭 불거져 나오는 뼈 조각 세상을 지주목처럼 받쳐주던 눈물과 몸의 골격기관인 뼈의 성분이 같다는 것을 알만한 나이가 ..
2013.02.05 -
[아침의 시]문인수-그립다는 말의 긴 팔
그립다는 말의 긴 팔 / 문인수 그대는 지금 그 나라의 강변을 걷는다 하네. 작은 어깨가 나비처럼 반짝이겠네. 뒷모습으로도 내게로 오는 듯 눈에 밟혀서 마음은 또 먼 통화 중에 긴 팔을 내미네. 그러나 다만 바람 아래 바람 아래 물결, 그립다는 말은 만 리 밖 그 강물에 끝없네 -시집 '그..
2013.02.04 -
[아침의 시]배한봉-전지(剪枝)
전지(剪枝) / 배한봉 복숭아나무 가지마다 꽃눈이 싱싱합니다. 복숭아나무는, 그악스런 눈바람 견디느라 좀 늙었지만 아직 힘이 팔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인데 나는 얽히고설킨 가지를 자릅니다. 지치고 아픈 과거시간을, 잘 보이지 않는 내 삶의 곁가지를 환한 봄볕에 잘라 말립니다...
2013.02.03 -
[아침의 시]박철석-大口
大口 / 박철석 도랑물 얼어붙은 소한 무렵 아버지는 문득 생각난 듯 허리에 전대를 차고 大口 장사에 나선다 어느 날 저녁 아버지는 이모가 사는 황포에서 大口를 지고 돌아오셨다 우리집 멍석에 누운 이모집 大口 아버지 등에 팔려온 이모집 大口는 우리집 마당에서 입을 벌이고 한겨울..
2013.02.01 -
**[아침의 시]강희안-부류별 처세법**
부류별 처세법 /강희안 삼류가 멋스러운 입성으로 행사장에 나오면 바람둥이라 여기고 추레한 차림이면 더럽게 게으른 놈이라 하대한다 이류가 자기를 칭찬하면 사람 보는 안목이 예리하다 믿지만 비판을 일삼으면 쓸모없는 놈이라고 무시하기 십상이다 자신이 원하는 걸 모두 들어주..
2013.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