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아침의― 詩(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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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강남주-숫돌(砥石)**
숫돌(砥石) / 강남주 날을 세우기 위하여 시퍼런 날이 서는 순간을 위하여 돌은 지금 무너지고 있다. 칼날은 섰다가 무디어지고 칼날은 섰다가 무디어지고 끝내는 쓸모없는 쇠붙이가 될 텐데 순간순간의 빛나는 파편을 잡기 위하여 견고한 지층이 지금 이렇게 마멸되고 있다. -시문학 동..
2012.11.26 -
**[아침의 시]성수자-비 밀**
비 밀 / 성수자 수면 위로 솟았던 잠망경 내리고 조용히 물속으로 이동하고 있어요 내가 가진 낱말 앞에 날개를 달기까지 느낌 하나로 지켜봐 주세요 세상에 열린 귀 너무 많아요 닫힌 귀 여는 사람 너무 많아 넘치는 말들이 물 위에 쏟아져 때아닌 홍수에 기절할 뻔 했어요 조심하세요 말..
2012.11.23 -
**[아침의 시]정현종-날아라 버스야**
날아라 버스야 / 정현종 내가 타고 다니는 버스에 꽃다발을 든 사람이 무려 두 사람이나 있다! 하나는 장미-여자 하나는 국화-남자. 버스야 아무데로나 가거라. 꽃다발 든 사람이 둘이나 된다. 그러니 아무데로나 가거라. 옳지 이륙을 하는구나! 날아라 버스야, 이륙을 하여 고도를 높여가..
2012.11.22 -
**[아침의 시]신정민-티벳만행**
티벳만행 / 신정민 그리운 사람의 옷을 먼 호수까지 걸어가 적셔본 적 있는가 그 옷의 물기로 입술을 적시고 간절한 그리움을 달래어 본 적 있는가 그리움 없이 사는 건 죽은 것이다 사람이 그리우면 티벳에 가라 잃어버린 시간이 있다면 티벳에 가라 그리움은 빙하가 되어 흐르고 안타까..
2012.11.21 -
**[아침의 시]최정란-욕**
욕 / 최정란 그가 휴대전화를 통해 침입한다. 수화기를 드는 순간 막무가내로 벌겋게 달아오른 쇠꼬챙이가 밀고 들어온다. 안녕하세요, 라는 최소한의 전희도 없이 검은 정액이 쏟아져 들어온다. 무방비의 왼쪽 귀가 유린당하는 동안, 달팽이관 아래 빈 자궁이 배란기를 맞는다. 씻고 잊..
2012.11.19 -
**[아침의 시]이현우-단 풍**
Come September - Billy Vaughn 단 풍 / 이현우 운문령 기슭에 가을이 오면 어느 꽃이 이보다 더 고우랴. 불혹을 한참 지나는 동안 그저 흔한 잎새인 줄 여겼는데 타다 남은 가슴을 마저 다 태워 한없이 아프게 물들어 가는 우리네 어머니들 삶의 이야기. 가시나무 수풀을 헤치고 나와 만산(萬山) 가..
2012.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