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아침의― 詩(344)
-
**[아침의 시]이형기-분 수**
분 수 / 이형기 너는 언제나 한순간에 전부를 산다. 그리고 또 일시에 전부가 부서져 버린다. 부서짐이 곧 삶의 전부인 너는 모순의 물보라 그 속에 하늘을 건너는 다리 무지개가 서 있다. 그러나 너는 꿈에 취하지 않는다. 열띠지도 않는다. 서늘하게 깨어 있는 천 개 만 개의 눈빛을 반짝..
2012.11.15 -
**[아침의 시]노준옥-북어책을 읽다**
북어책을 읽다 / 노준옥 (…) 국어시간엔 지리멸렬한 국어책 대신에 웃고 있는 북어 한 마리를 책상에 꺼내놓고 난 국어보다 북어가 좋아요 난 북어를 공부할래요 하며 속으로 은근히 키득거렸으리라 국어 선생님을 북어 선생님으로 보며 혼자 즐거웠으리라 국어가 〈북어〉가 되고 국사..
2012.11.13 -
**[아침의 시]정삼조-억 새**
억 새 / 정삼조 억세게 운 없던 사내 죽어 억새 되었다네 울어줄 사람 없어 저 혼자 흔들흔들 울고 있다네 살아서 외로웠던 사내 모여 억새 되었다네 볼품없는 꽃일망정 질기게 피워 그 꽃 구름처럼 모여 있다네 흔들려도 흔들려도 꽃씨 날려 흔들린다네 운 없는 자손 불리면서 흔들린다..
2012.11.12 -
**[아침의 시]최정례-우주의 어느 일요일**
우주의 어느 일요일 / 최정례 하늘에서 그렇게 많은 별빛이 달려오는데 왜 이렇게 밤은 캄캄한가 에드거 앨런 포는 이런 말도 했다 그것은 아직 별빛이 도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우주의 어느 일요일 한 시인이 아직 쓰지 못한 말을 품고 있다 그렇게 많은 사랑의 말을 품고 있는데 그..
2012.11.10 -
**[아침의 시]심보선-식후에 이별하다**
식후에 이별하다 / 심보선 하나의 이야기를 마무리했으니 이제 이별이다 그대여 고요한 풍경이 싫어졌다 아무리 휘저어도 끝내 제자리로 돌아오는 이를테면 수저 자국이 서서히 사라지는 흰죽 같은 것 그런 것들은 도무지 재미가 없다 거리는 식당 메뉴가 펼쳐졌다 접히듯 간결하게 낮..
2012.11.09 -
**[아침의 시]김요아킴-아내 2**
아내 2 / 김요아킴 단 한 차례의 결정적인 나의 수비 실수로 마운드의 눈빛은 흔들렸다 연이어 적막을 가르는, 유독 야성이 빛나는 상대방의 안타 행진 결국 동점을 만들고야 주춤했고 바짓가랑이 사이로 쏘옥 빠져나간 그 공이 못내 첫사랑처럼 아쉬워 글러브를 낀 손은 조급함으로 흥건..
2012.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