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행복한― 詩(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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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017>전연옥-노모(老母)**
Beloved - Michael Hoppe 노모(老母) ◆전연옥◆ 스타킹은 문갑 위에 있다 거 봐라 내 뭐랬니 이게 출근이냐 전쟁이지 내일 모레면 너도 이제 서른인데 다닐 때 안경 벗지 말고 또릿또릿 잘 보고 다녀야 한다 참내, 구둣솔은 네가 들고 있잖니 전철 안에서 또 졸지 말고 건널목에서도 좌우 잘 살..
2015.11.19 -
**[행복한 시]<016>우영창-해피**
Candlelight-Carl Doy 해 피 -우영창- 해피가 짖는다 왜 네 이름이 해피였는지 궁금하지 않았다 한쪽 귀가 짜부라져 해피인지 다리 하나가 절뚝거려 해피인지 해피인 채로 내게 건너와 너는 나의 해피가 되었다 지금도 네 이름이 해피인지는 알 길이 없다 가끔은 무섭도록 네가 보고 싶다 우리..
2015.11.19 -
**[행복한 시]<014>김영태-라벨과 나**
라벨과 나 ◆김영태◆ 내 키는 1미터 62센티인데 모리스 라벨의 키는 1미터 52센티 단신(短身)이었다고 합니다 라벨은 가재수염을 길렀습니다 접시, 호리병, 기묘한 찻잔을 수집하기 화장실 한..
2015.11.01 -
**[행복한 시]<015>송승환-네온사인**
Unspoken Words - Hiko 네온사인 ◆송승환◆ 저무는 태양이 차례로 회전문 통과한 사람들 그림자를 붉은담장에 드리운다 갓 돋아난 초록 이파리 검게 물들어간다 곧장침대로 가기 꺼려하는 여인은 포도주의 밤을 오랫동안 마신다 공장 폐수를 따라 하얗고 둥근 달은 강으로 흐른다 언제나 우..
2015.11.01 -
**[행복한 시](013)이정주-방을 보여주다
방을 보여주다 ◆이정주◆ 낮잠 속으로 영감이 들어왔다. 영감은 아래턱으로 허술한 틀니를 자꾸 깨물었다. 노파가 따라 들어왔다. 나는 이불을 개켰다. 아, 괜찮아. 잠시 구경만 하고 갈 거야. 나는 손빗으로 헝클어진 머리를 골랐다. 책이 많네. 공부하는 양반이우. 나는 아무 말 않고 서..
2015.10.10 -
**[행복한 시]<012>김기택-수화**
수 화 ◆김기택◆ 두 청년은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 같았다. 승객이 드문드문 앉아 있는 버스 안이었다. 둘은 지휘봉처럼 떨리는 팔을 힘차게 휘둘렀고 그때마다 손가락과 손바닥에서는 새 말들이 비둘기나 꽃처럼 생겨나오곤 하였다. 말들은 점점 커지고 빨라졌다. 나는 눈으로 ..
2015.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