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행복한― 詩(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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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한영옥-맛있었던 것들**
맛있었던 것들 ◎한영옥◎ 실한 풋고추들이 쪼개져 있었다. 쪼개진 풋고추 처음 보여준 사람은 고추전 잘 부치시는 우리 어머니 풋고추 싱그럽게 채반 가득한 꿈이 아침나절 덮어와 어머니 곁에 왔다 함께 기우는 목숨 언저리 햇살 한껏 잡아당겨 서로를 찬찬히 눈여겨두는 나물 그득한 ..
2014.08.15 -
**[행복한 시]황금찬-한복**
한 복 -황금찬- 한복 한 벌 했다. 내 평생 두루마기를 입어 본 기억이 없었으니 이것이 처음인 것 같다. 암산·상마·학촌·현촌·난곡·청암 모두 한복을 입는데 나만 한복이 없다고 했더니 병처가 큰맘 써 한 벌 했다. 78년 정월 첫날 아침 새 옷을 입고 뜰에 서니 백운대와 도봉이 내려..
2014.08.13 -
**[행복한 시]이정록-마지막 편지**
(Taku Iwasaki) Faraway 마지막 편지 ○이정록○ 가지를 많이 드리웠던 햇살 쪽으로 쓰러진다. 나무는 싹눈과 꽃눈이 쏠려 있던 남쪽으로 몸을 누인다. 한곳으로만 내닫던 몸과 마음을 잡아당기려 나의 북쪽은 한없이 졸아들었다. 이제 하늘 가까웠던 잔가지와 수시로 흔들리던 그늘과 새봄까..
2014.08.11 -
**[행복한 시]아이헨도르프-그리움**
그리움 ○아이헨도르프○ 별들이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다. 나는 홀로 창가에 기대어 고요한 마을 멀리서 들리는 역마차 피리소리를 들었다. 어쩐지 가슴이 타오르듯 뜨거운 이렇게 아름다운 여름밤 저렇게 함께 여행할 사람이라도 있다면 좋겠네. 그런 생각을 슬쩍 하기도 했다. 젊은이 ..
2014.08.08 -
**[행복한 시]정진명-줄넘기 8**
줄넘기8 -정진명- 아내가 줄넘기를 한다. 스치는 발바닥으로 줄을 넘기며 사라진 줄이 만드는 둥근 공간 속에서 활짝 웃는다. 하나, 두울, 세엣, 네엣 박자를 겨누다가 잠시 열린 줄의 틈으로 딸아이가 뛰어든다. 엄마의 방 속에서 엄마와 함께 뛰는 딸아이의 머리채가 구름 높이 출렁인다...
2014.08.06 -
**[행복한 시]1이용한-흑산도 서브마린**
흑산도 서브마린 -이용한- 흑산도에 밤이 오면 남도여관 뒷골목에 노란 서브마린 불빛이 켜진다 시멘트 벽돌의 몰골을 그대로 다 드러낸, 겨우 창문을 통해 숨을 쉬는지는 알 바 없는 서브마린에 불이 켜지면 벌어진 아가미 틈새로 하얗고 비린 담배 연기가 흘러나온다 세상의 험한 욕이..
2014.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