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행복한― 詩(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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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채호기-신경의 통로**
True Love - Fujii Fumiya-기타 신경의 통로 -채호기- 산에 있다. 검은 나무둥치와 검은 가지, 녹색의 잎들 사이로 신경이 엿보이는. 그 신경을 바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바람이 불고, 잎이 손바닥을 뒤집고 나무의 머리칼인 푸른 살덩이가 송두리째 휘어지고 뒤집히며 얼굴 뒤의 가면을 보여준..
2014.08.01 -
**[행복한 시]박정남-그가 복숭아를 보내왔다**
그가 복숭아를 보내왔다 -박정남- 상자를 여니 복숭아 내음이 진동했다 상자 안에 꽁꽁 묶여 있던 단 내음이 ‘좋아라’ 하고 사방으로 퍼져 나가며 도실도실(桃實桃實) 토실토실 분홍 볼 복숭아들이 즐겁게 뛰쳐나왔다 피서 대신 그가 농사짓는 복숭아밭에 갔다 매미가 쨍쨍 우는 한여..
2014.07.30 -
**[행복한 시]정홍순-물 끝**
물 끝 -정홍순- 구기자 꽃피는 억새 너울진 샘 저드래 담자색 꽃물이 흥건히 들어차 두레박으로 질러먹던 두멍 물 길어 채울 때마다 시퍼렇게 솟던 아버지 풀벌레 질금거리던 여름 홀랑 달빛 눈부시게 씻어 당긴 샘 석 질이나 차던 물길 돌아누워 먼저 간 식구들 생각에 물 끝은 늘 그리움..
2014.07.28 -
**[행복한 시]김기택-커다란 나무**
[Marcus Viana]Bella 커다란 나무 -김기택- 나뭇가지들이 갈라진다 몸통에서 올라오는 살을 찢으며 갈라진다 갈라진 자리에서 구불구불 기어 나오며 갈라진다 이글이글 불꽃 모양으로 휘어지며 갈라진다 나무 위에 자라는 또 다른 나무처럼 갈라진다 팔다리처럼 손가락 발가락처럼 태어나기..
2014.07.26 -
**[행복한 시]김성규-끝말 잊기**
끝말 잊기 -김성규- 물고기가 처음 수면 위로 튀어오른 여름 여름 옥수수밭으로 쏟아지는 빗방울 빗방울을 맞으며 김을 매는 어머니 어머니를 태우고 밤길을 달리는 버스 버스에서 졸고 있는 어린 손잡이 손잡이에 매달려 간신히 흔들리는 누나의 노래 노래가 소용돌이치며 흘러다니는 ..
2014.07.26 -
**[행복한 시]이현호-령(零)**
령(零) -이현호- 시간들이 네 얼굴을 하고 눈앞을 스치는 뜬눈의 밤 매우 아름다운 한자를 보았다 영원이란 말을 헤아리려 옥편을 뒤적대다가 조용히 오는 비 령(零) 마침 너는 내 맘에 조용히 내리고 있었으므로 령, 령, 나의 零 나는 네 이름을 안았다 앓았다 비에 씻긴 사물들 본색 환하..
2014.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