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행복한― 詩(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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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김점미-고쳐 쓰는 지난해 마리엥바드에서**
고쳐 쓰는 지난해 마리엥바드에서 -김점미- 지금 나는 지난해 마리엥바드에서의 통속한 사랑을 읽고 있다 가령, 그녀가 온다면 그곳에서 사랑의 불꽃을 피운다면 새벽녘에 다시 그를 버리고 또는 그에게 버림받고 떠나간다면 지난해 마리엥바드에서는 다시 또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지 ..
2014.07.18 -
**[행복한 시]김정수-만월(滿月)**
만월(滿月) -김정수- 막내네 거실에서 고스톱을 친다 버린 패처럼 인연을 끊은 큰형네와 무소식이 희소식인 넷째 대신 조커 두 장을 넣고 삼형제가 고스톱을 친다 노인요양병원에서 하루 외박을 나온 노모가 술안주 연어 샐러드를 연신 드신다 주무실 시간이 진작 지났다 부족한 잠이 밑..
2014.07.16 -
**[행복한 시]윤금초-낮달 또는 수월관음도**
Concierto De Aranjuez - 기타연주 낮달 또는 수월관음도 ◎윤금초◎ #1. 옥판선지 속 빛 같은 문기(文氣) 어린 공중 거기 해거름 낮달 한 채 양각으로 돋아 있다. 허공은 무젖은 화첩, 숨결소리 들려온다. #2. 이따금 비늘구름 미점산수(米點山水) 그려놓고 풋잠 깜박 들었다가 한껏 부푼 구름 일..
2014.07.14 -
**[행복한 시]강연호-접촉 사고**
접촉 사고 -강연호- 출근길 접촉 사고가 났다 충돌도 아니고 추돌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접촉이라는 사고 접촉이라는 말이 에로틱해서 나는 잠시 웃었다 사고라는 말뜻까지 다시 들려서 또 웃었다 길에서 만난 개미 두 마리 머뭇머뭇 더듬이로 서로의 몸을 더듬다가 아예 한 몸으로 엉겨 ..
2014.07.11 -
**[행복한 시]안현미-연희―하다**
연희―하다 -안현미- 장원에는 고양이와 꿩이 살고 자정이오면스무개의창문은 목련처럼피어오른다 나는 장원의 심부름꾼 고양이, 꿩, 창문, 목련의 꿈을 작물처럼 가꾸는 자 손님들은 계절마다 얼굴을 바꾸고 나는 계절마다 버려진 얼굴을 뒤집어쓰고 나는 유희하는 자 나는 연희하는 ..
2014.07.09 -
**[행복한 시]장이지-우편 4**
우편4 -장이지- 내 간지러운 사춘기의 후미진 길목에는 지천으로 번진 채송화의 요염한 붉은빛 따라 남몰래 같은 학교 남학생을 쫓아다니던 축축한 꿈도 있지요만 그 기분 나쁜 미행의 꼬리를 나무라지 않은 안경잡이의 그 넉넉한 마음과도 아쉽게 갈라서버리고 실은 안경잡이의 쌍둥이 ..
2014.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