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행복한― 詩(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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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김종미-아무렇지도 않게**
아무렇지도 않게 ⊙김종미⊙ 여기는 꽃밭이라는데 꽃에 앉았던 나비가 포르르 날아 아무렇지도 않게 내 가슴에 앉는다 아무렇지도 않게! 때문에 나는 놀란다 움직일 수도 없고 나비를 잡을 수도 없다 살인자를 쳐다보는 아기의 푸른 눈동자 그 속에 내가 비친다 나는 교묘히 머리를 써서..
2014.06.18 -
**[행복한 시]심보선-어느 날 은행에 갔었네**
어느 날 은행에 갔었네 ○심보선○ 어느 날 은행에 갔었네 애인과 나 손 꼭 잡고 통장을 만들었네 등 뒤에서 유리문의 날개가 펄럭거리네 은행은 날아가지 않고 정주하고 있다네 애인과 나는 흐뭇하다네 꿈은 모양이 다양하다네 우리는 낄낄대며 담배를 나눠 갖네 은행의 예절은 금연 하..
2014.06.16 -
**[행복한 시]김왕노-첫과 끝**
첫과 끝 -김왕노- 나에게도 내 몸의 첫인 손가락과 끝인 발가락이 있다. 나는 그러니 첫과 끝의 합작품이다. 나의 첫인 손을 내밀었다가 그 끝인 발로 이별하기도 했다. 이 수족으로 나는 한 여자에게 첫 남자와 끝 남자이기를 꿈꿨다. 나의 첫과 끝으로 사랑을 찾아가 내 사랑의 첫과 끝을..
2014.06.14 -
**[행복한 시]<269>김상기-고 별**
고 별 -김상기- 아내가 많이 아프다 눈 꼭 감고 참고 있다가 문득 혼잣말처럼 묻는다 ‘날 사랑해?’ 나는 화들짝 놀라 대답한다 ‘그럼! 사랑하고말고!’ 아내가 생전 하지 않던 청을 한다 ‘나 한 번 안아 줄래?’ 나는 고꾸라지듯 아내를 안는다 목구멍 속으로 비명이 터진다 ‘여보! 제..
2014.06.11 -
**[행복한 시]<268>류시화-되새 떼를 생각한다**
되새 떼를 생각한다 -류시화- 잘못 살고 있다고 느낄 때 바람을 신으로 모신 유목민들을 생각한다 별들이 길을 잃을까 봐 피라미드를 세운 이들을 생각한다 수백 년 걸려 불과 얼음을 거쳐 온 치료의 돌을 생각한다 터질 듯한 부레로 거대한 고독과 싸우는 심해어를 생각한다 여자 바람과..
2014.06.09 -
**[행복한 시]<266>박 철-개화산에서**
개화산에서 -박 철- 히말라야를 다녀왔다는 한 사내가 껌을 밟고 섰듯 우렁차게 먼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 낮은 산이 더 오래된 산이다 조용한 산이 높은 산이다 눈보라에 이것저것 다 내주고 작은 구릉으로 어깨를 굽히고 앉았으나 부러울 것 없네 손자 손녀도 우습게 매달리고 때론 사이..
2014.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