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행복한― 詩(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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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009>레미 드 구르몽-낙엽**
낙 엽 ◎레미 드 구르몽◎ 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 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
2012.10.03 -
**[행복한 시]<008>문정희-얼어붙은 발**
얼어붙은 발 ◆문정희◆ 큰 거울 달린 방에 신부가 앉아 있네 웨딩마치가 울리면 한 번도 안 가본 곳을 향해 곧 첫발을 내디딜 순서를 기다리고 있네 텅 비어 있고 아무 장식도 없는 곳 한번 들어가면 돌아 나오기 힘든 곳을 향해 다른 신부들도 그랬듯이 베일을 쓰고 순간 베일 속으로 빙..
2012.09.28 -
**[행복한 시]<007>황지우-거룩한 식사**
Unspoken Words - Hiko 거룩한 식사 ◆황지우◆ 나이든 남자가 혼자 밥 먹을 때 울컥, 하고 올라오는 것이 있다 큰 덩치로 분식집 메뉴표를 가리고서 등 돌리고 라면발을 건져올리고 있는 그에게, 양푼의 식은 밥을 놓고 동생과 눈흘기며 숟갈 싸움하던 그 어린 것이 올라와, 갑자기 목메게 한 ..
2012.09.26 -
**[행복한 시]<006>상희구-대구사과**
대구사과 ◇상희구◇ 인도라는 사과는 최고의 당도에다 씹히는 맛이 하박하박하고 홍옥이라는 사과는 때깔이 뿔꼬 달기는 하지마는 그 맛이 너무 쌔가랍고 국광은 나무로 치마 참나무겉치 열매가 딴딴하고 여문데 첫눈이 니릴 직전꺼정도 은은하게 뿕어 가민서 단맛을 돋꾼다 풋사..
2012.09.24 -
**[행복한 시]<005>김종삼-묵화(墨畵)**
묵화(墨畵) ◇김종삼◇ 물 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 ▶김종삼=(1921∼84)황해도 은율 출생 1954년 『현대예술』에 <돌각담> 발표 1957년 전봉건, 김광림과 ..
2012.09.21 -
**[행복한 시]<004>에밀리 디킨슨-새들은**
새들은 ◇에밀리 디킨슨◇ 새들은 네 시- 그들의 여명에- 공간처럼 무수한 대낮처럼 무량한 음악을 시작했다 나는 그들의 목소리가 소모한 그 힘을 셀 수가 없었다 마치 시냇물이 하나하나 모여 연못을 늘리듯이 그들의 목격자는 없었다 오직 수수한 근면으로 차려입고 아침을 뒤쫓아 오..
2012.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