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1009)
-
[아침의 시]양문규-아버지의 연장
아버지의 연장 / 양문규 아버지 집에는 오래된 낡은 연장들이 많다 어깨가 빠진 지게 이가 빠진 낫살 휘어진 갈퀴 손자루가 부러지거나 몸통만 남은 괭이 삽 호미 망치 도끼녹슨 쟁기, 농사일에서 없어서는 안 될 크고 작은 연장들 집구석 여기저기에 처박혀 있다 한낮인데도 들판으로 나..
2013.02.12 -
[아침의 시]정호승-수선화에게
수선화 에게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2013.02.12 -
[국제시단]이우걸-다리미
다리미 / 이우걸 한 여인이 떠났습니다, 월요일 자정 무렵 아들, 딸은 멀리 있었고 아무도 몰랐습니다 가끔은 들렀다지만 온기라곤 없었습니다. 식은 다리미처럼 차게 굳어 있었습니다 그 다리밀 데우기 위해 퍼져있던 코일들이 전원을 찾아 헤매다 지쳐 눈을 감았습니다 한때는 뜨거운 ..
2013.02.09 -
[아침의 시]이민아-냉면, 매운
냉면, 매운 / 이민아 법원에서 서류가 도착했다 어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다 냉면 먹으러 가요 갑자기 냉면이 먹고 싶어요 내가 조르자 어머니, 밥상 치운지 얼마나 됐다고! 그러면서도 어머니 앞장서서 함흥냉면집 들어서는데 주문이 오기도 전에 냉면 둘이요! 나도 ..
2013.02.08 -
[아침의 시]조해훈-망설임
망설임 / 조해훈 노트엔 수없이 많은 글들이 죽어있다 내 젊음이 밤마다 가슴깊이 파고들어 울고 간 흔적이다 길을 걷다가도 휘청거리고 별들에게 속삭이며 함초롬히 밤을 지새우는 것은 그대 때문이다 그대가 있음으로 해서 내가 존재한다는 것을 비로소 알았다 그러나 난 망설여야 한..
2013.02.07 -
[아침의 시]최해진-누 님
누 님 / 최해진 꽃다운 열일곱 살 섬 도적떼 굴레 피해 서둘러 가마 타고 강골(江谷)로 시집갔네 지나간 그 많은 세월 돌아보면 꿈결이라 광목 바지저고리 빌린 갓 쓰고 오신 스물넷 서방님과 모진 일월 견뎠구려 누부야 부를 때마다 어머니를 봅니다 -시조집 '까치집'에서- ____________________..
2013.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