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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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최영철-1월**
1월 / 최영철 오지도 않을 날에 가슴 설레고 다시 못 올 날에 사랑을 낭비했네 금방 지나갈 날에 웃고 울고 부둥켜안아야 할 날에 비분강개하였네 그때 나를 넘겨뜨린 것들이여 올 테면 또 오시라 나 이제 빈손 앙다문 외다리 작대기 바람 좋은 들판에 곧추섰으니 *********************************..
2013.01.19 -
**[아침의 시]이윤길-신한일어로협정**
신한일어로협정 / 이윤길 태평양쪽 쓰가루 입구 산리구어장에서 에리모등대를 따라 35해리 그린다 멸치도 모르고 고등어도 모르는 해양수산부장관 도장 찍은 한일어로협정은…, 자기들끼리 철썩대고 35해리 안에서 조업중인 일본어선 광휘에 취해 나는 35해리 밖에서 한말 침을 흘리며 ..
2013.01.18 -
**[아침의 시]권경업-일어서는 산**
일어서는 산 /권경업 해 저물어 땅거미 지면 여기저기 산 무너지는 소리 그 소리에 짙어지는 어둠 따라 산은 형체없이 무너진다 한쪽이 무너지면 다른 한쪽이 되받아 무너지고 이웃 산은 밤새워 통곡하다 더불어 무너진다 해 돋는 아침 그러나 여기저기 산 일어나는 소리 들린다 골짜기..
2013.01.17 -
**[아침의 시]배기환-등 대**
등 대 / 배기환 그의 바닷가 등대에는 한 번씩 불이 켜지지 않을 때가 있다. 캄캄한 그의 몸속은 앞뒤를 분간할 수 없는 무수한 어둠의 길들이 물결로 번지고 그 길은 이내 내게로 달려온다. 나는 나에게 상륙하여 출렁거리고 있는 그 길바닥에 우두커니 주저앉아 있거나 고독한 가로수처..
2013.01.15 -
**[아침의 시]서화성-아버지를 닮았다**
아버지를 닮았다 / 서화성 희망병원 617호실, 사십 평생을 불렀던 이름인데 치매에 걸린 아버지는 그 이름을 잊어버렸다 달력에 적힌 복산동 새마을금고를 중얼거리다 비가 내렸던 오늘을 또박또박 외운다 그냥 일어나라면 일어서는 단순히 내 말에 겁먹은 듯하지만 얼굴을 맞대고 하루..
2013.01.14 -
**[아침의 시]원무현-명품보일러**
명품보일러 /원무현 마당 귀퉁이에 꽃들이 빨갛게 피어오르고 있다 살던 사람들이 다 떠나고 없는 재개발구역 폐가가 보일러를 돌리고 있는 것이다 문짝이 떨어져나가고 함석처마에서 녹물 뚝뚝 떨어지는 낡아빠진 보일러가 방금 설치한 새것처럼 소리 하나 내지 않고 돌아가고 있는 것..
2013.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