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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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이시영-너**
너 / 이시영 너는 하늘이었다. 노도처럼 거리를 뛰쳐가다 잠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던 너의 얼굴은 하늘이었다. 먹구름 속에서도 함성처럼 이내 밝아오던 하늘 찬 비 속에서도 이마를 들고 빛나던 하늘 거리를 뛰쳐가다 돌멩이 곁에 문득 멈추어선 너의 얼굴은 광막한 광막한 하늘이었..
2012.06.23 -
**《아침의 시》허수경-차가운 해가 뜨거운 발을 굴릴 때**
차가운 해가 뜨거운 발을 굴릴 때 / 허수경 문득 나는 한 공원에 들어서는 것이다 도심의 가을공원에 앉아있는 것이다 이 저녁에 지는 잎들은 얼마나 가벼운지 한 장의 몸으로 땅 위에 눕고 술병을 들고 앉아 있는 늙은 남자의 얼굴이 술에 짙어져 갈 때 그 옆에 앉아 상처 난 세상의 몸에..
2012.06.22 -
**《아침의 시》고영민-찔레나무**
찔레나무 / 고영민 한낮의 대중탕, 중년사내가 물바가지로 자신의 주요 부위를 덮어놓고 잠들어 있다 저 엎어놓은 물바가지 속에는 새가 한 마리 있다 뱀이 한 마리 있다 급히 볼 일을 보고 덮어 놓은 똥이 한무더기 있다 한 소절의 노래와 꽃 한 다발이 있다 그런데 왜 하필 찔레나무 가..
2012.06.21 -
**《아침의 시》에른스트 얀들-飽滿(포만)**
飽滿(포만) / 에른스트 얀들 굶주림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 배 부르면 세계는 이미 변화된 것 마구 먹어치우면 세계는 그대로 머무는 것 굶주림을 바라면 이미 매사 늦은 것 -시집 '누가 숲으로 오는가'에서- ++++++++++++++++++++++++++++++++++++++++++++++++++ ▶에른스트 얀들(1925~2000)= 오스트리아 시..
2012.06.19 -
**《아침의 시》김형영-우리는 떠돌아도(나무를 위한 송가)**
우리는 떠돌아도 ( 나무를 위한 송가 ) / 김형영 너 없이 무슨 바람이 시원하며 너 없이 무슨 공기가 맑겠느냐. 너 없이 태어난 것이 무엇이고 너 없이 자란 것이 무엇이냐. 네가 서서 잠잠히 자라기에 우리는 떠돌아도 편안하구나. -시집 '나무 안에서'에서- ++++++++++++++++++++++++++++++++++++++++++..
2012.06.18 -
**《아침의 시》성기완-자목련 불루스**
자목련 불루스 / 성기완 봄날 오후에 할 일도 없는데 자목련이 흐드러져요 그러고 보니 당신에게서 꽃 한 송이 받은 적 없네요 아 구체적으로 서러워 내 마음 확인도 안하고 떠나셨죠 봄날 숨 막히는 오후에 퍼플의 물감을 헤프게 쓰는 자목련이 흐드려져요 꼭 당신이 준 것인 양 한 아름..
2012.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