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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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이희중-불빛, 그리움**
불빛, 그리움 / 이희중 저 집 땅거미가 오면 대문에 불을 켜네 낮 동안 집 나간 식구들 다 돌아올 때까지 불을 켜두네 집 떠난 식구들에게 저 희미한 노란빛으로 집이 여기 있음을 표하네 그대를 기다린다고 말하네 내게도 언젠가 나를 기다리던 저런 집, 저런 식구들이 있었던 것 같네 저 ..
2012.07.21 -
**(아침의 시)이오덕-산골 아이의 소원**
아름다운 하모니카연주-보리수 산골 아이의 소원 / 이오덕 하얀 쌀밥 한 번 실컷 먹어 봤으면 좋겠다. 손가락이 아프도록 담배 잎을 묶지 않아도 된다면, 다리가 벌벌 떨리도록 무거운 짐을 날마다 지지 않아도 된다면, 그리하여 날마다 학교에나 다니고, 공부만 하라고 한다면 얼마나 좋..
2012.07.19 -
**(아침의 시)서규정-뿌리 깊은 나무들은 거꾸로 선다**
뿌리 깊은 나무들은 거꾸로 선다 / 서규정 한 잎 두 잎 떨어진 노란 은행잎처럼 손바닥을 쫙쫙 펴고 가을 지나 겨울나라로 모두모두 가고 있다 함께 간다는 기쁨이 너무 커 삶은 얼마나 뜨거워야 얼음이 되는지 봄은 또 아지랑이로 기다리고 있는지 조심조심 가는 손떨림만으로 이 흙 이 ..
2012.07.17 -
**(아침의 시)신 진-시장골목**
시장골목 / 신진 시장 길에서 모르는 사람과 어깨 부딪히기 즐거운 일이다. 부딪히면서 부딪히는 걸 잊는다 모른 사람끼리 어깨 비키기 또한 즐거운 일이다. 아슬아슬 어깨 비키며 비켜가는 줄 모른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과 나는 함께 깨끗이 닦은 버섯들이 입맞추는 모습 보았다 몸 잘 ..
2012.07.16 -
**(아침의 시)문인수-장미란**
장미란 / 문인수 장미란 뭉툭한 찰나다. 다시는 불러 모을 수 없는 힘, 이마가 부었다. 하늘은 이때 징이다. 이 파장을 나는 향기라 부른다. 장미란, 가장 깊은 땅심을 악물고, 악물고 빨아들인 질긴, 긴 소리다, 소리의 꼭대기에다 울컥, 토한 한 뭉텅이 겹겹 파안이다. 그 목구멍 넘어가는 ..
2012.07.15 -
**(아침의 시)천양희-단 한번**
단 한번 / 천양희 눈먼새는 일생에 단 한 번 눈을 뜨고 죽는다는데 백조는 일생에 단 한 번 아름다운 소리로 울다 죽는다는데 가시나무새는 가시에 가슴을 찔리면서 일생에 단 한 번 울다 죽는다는데 일생에 단 한 번 번식하는 게도 있다는데 일생에 단 한 번도 날지 않는 새가 있다는데 ..
2012.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