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의모음(1009)
-
**(아침의 시)유종인-부여 옛날 국수집**
부여 옛날 국수집 / 유종인 흰 버들가지 같은 면발들 건조대에 내걸렸다 저 안에서 어떤 허기가 수렴청정하듯 배부른 말을 가르치실까 옛날에 나는 오늘을 살 줄 알았을까 보다 옛사람도 출출하여 오늘을 다 못 사셨을까 보다 뱃구레가 꺼져버린 지 언젠데 출출함은 죽음도 내치지 못한 ..
2012.07.12 -
**(아침의 시)동길산-꽃 몸살**
꽃 몸살 / 동길산 꽃은 피면 핀다고 아프고 지면 진다고 아프다 손을 대어 짚어 보아라 절절 끓는 이 뜨거움 꽃이 뜨거운 것이냐 손이 뜨거운 것이냐 피는 꽃 짚어 보느라 지는 꽃 짚어 보느라 몇 발짝 걷다간 멈춰 서는 뜨거운 봄날 -'작가와 사회' 2012년 여름호에서- +++++++++++++++++++++++++++++..
2012.07.10 -
**(아침의 시)허만하-기다림은 언제나 길다**
후박나무 기다림은 언제나 길다 / 허만하 내가 조용히 바라보았던 것은 잎 진 실가지 그물 틈새로 나무의자 위에 떨어지는 여윈 햇살 부스러기가 아니라, 비어있는 나무의자보다 철저한 나의 기다림이었다. 기다림은 언제나 길다. 녹슨 가시철조망 안에서 바라보는 또 하나의 눈물겨운 ..
2012.07.09 -
**(아침의 시)정끝별-오래된 장마**
오래된 장마 / 정끝별 새파란 마음에 구멍이 뚫린다는 거 잠기고 뒤집힌다는 거 눈물바다가 된다는 거 둥둥 뿌리 뽑힌다는 거 사태 지고 두절된다는 거 물 벼락 고기들이 창궐한다는 거 어린 낙과(落果)들이 바닥을 친다는 거 마음에 물고랑이 파인다는 거 때로 사랑에 가까워진다는 거 ..
2012.07.06 -
**(아침의 시)박남준-흰나비떼 눈부시다**
흰나비떼 눈부시다 / 박남준 나 지금껏 꽃 피고 꽃 지는 일만 생각했구나 꽃 피고 꽃 지는 일만 서러워했을 뿐 꽃이 피고 그 꽃이 진 자리 오랜 상처를 앓고 난 후에야 두 눈 깊어지듯이 등불처럼 내달은 열매를 키워간다는 참으로 당연한 이치도 몰랐던가 배꽃 지던 날 흰나비떼 흰나비떼..
2012.07.04 -
**《아침의 시》박성웅-모래의 여자**
모래의 여자 / 박성웅 부신 듯한 햇볕에 가늘게 뜬 눈매, 누에고치처럼 여자는 들춰질 옷이 없다. 굴곡 짙은 가랑이를 도의적으로 가리고 스스로의 자리에서 가끔 해풍을 품는다. 포말에서 떠오른 비너스를 옮겨다 놓은 듯 매혹과 몽환을 자아내는 물미역같이 치렁치렁 풍요롭게 흘러내..
2012.07.03